교복 속에 숨어 있는 재미있는 마케팅 이야기…

 

공정거래위원회가 교복회사의 가격 담합 여부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생각이 떠올라 긁적여 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4개 교복 제조업체에 대한 출고가 인상 담합 여부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대상 교복업체는 아이비클럽, SK네트웍스, 에리트베이직, 스쿨룩스 등으로 이들 업체는 전체 교복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있다.

공정위는 19일 “지난 15일 4개 교복 제조업체들의 담합 여부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며 “학교별 교복 공동구매 진행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부 대형 업체와 낙찰 탈락 업체들의 공동구매 방해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조사하고 있는 주요 법 위반 행위는 교복의 출고가격과 소비자가격 결정시 사업자 간 또는 사업자 단체가 주도해 담합행위를 한 적이 있는지와 학부모회 등이 추친하는 교복 공동구매를 방해한 행위가 있는지 등이다.

경향신문, 2009년 01월 20일(화)자, 17면
교복값 담합 조사 기사 중

공정위의 교복회사의 가격 담합 조사는 거의 연례행사입니다. 이맘때쯤 되면 교복 가격에 대한 비우호적 여론 형성과 교복 공동 구매 활성화 방안 모색 또한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동일합니다.  

많은 분들은 “그냥 교복 자유화를 하면 되잖아”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명확히 말하면 지금은 교복 자유화 시대입니다. “교복 착용 및 두발 제한이 일제 잔재에 불과하다” 하여 1982년 1월 2일을 기해 중고등학생들의 두발 및 교복자율화 조치가 발효되었다가 이후 오히려 학부모들의 요구와 교육계의 필요성에 의해 다시 교복 착용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자 교복 착용 및 교복 형태를 1986년 2학기부터 법적인 테두리가 아닌 각 학교장의 재량에 맡기게 된 것입니다.

교복 가격의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인 듯 하면서도 정부, 교복 제조업체와 해당학교, 해당 학부모단체, 지역관계자 등 생각보다 굉장히 이해관계들이 얽혀 있어 매년 제자리 걸음인 것 같습니다. 가격 이야기는 민감한 문제이니 패쓰~

……

패션 비지니스에서 이단아에 속하는 것이 유니폼과 교복입니다. 저와 제 딸아이가 무지 좋아하는 낭심 너구리가 사실, 라면 매니아들 사이에선 이단아인 것처럼 말이죠. 일반적이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교복 비지니스는 패션 뿐만 아니라 다른 비지니스와 비교하면 독특한 점이 많습니다.

첫째, 타겟이 100% 아주 명확합니다. 소비자의 실체가 보입니다. 즉 3월에 중학교에 입학 예정인 現초등학교 6학년,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現중학교 3학년 남녀학생이 대상 소비자입니다. 덜도 더도 없습니다. 심지어 “공략 타겟이 어디에 사는 누구다” 까지 알고 마케팅 할 수 있는 비지니스는 많지 않지요. 마케팅을 해야 하는 실무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큰 자산 하나를 얻고 일을 진행하게 되어 다른 부문에 조금 더 역량을 집중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깁니다.  
그만큼 마케팅 기획에서 타겟을 세분화하고 명확하게 하는 것은 기본이자 아주 중요한 작업입니다.

둘째, 시즌이 명확합니다. 대충 12월부터 본격적으로 마케팅 활동이 시작되는 동복 시즌과 이후 여름까지 진행되는 하복 시즌이 있습니다. 길게 잡아도 약 6개월 정도 빡시게(?) 돈 벌고 유지 보수 및 내년 시즌을 위해 준비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잘 모르겠지만, 과거 교복 대리점 점주들은 몇 개월만 고생하면 1년치 돈을 벌 수 있다는 큰 메리트로 인해 많은 분들이 선호하는 개인사업 중 하나였습니다. 
(과거 신용카드가 없을 때 인기 대리점은 동복 시즌에 현금을 쌀자루에 모아서 담아두었다가 쓰레기인 줄 알고 버린 후 다시 찾은,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마케팅 활동에 있어 언제나 규칙적 혹은 불규칙적으로 시즌이 존재합니다. 항상 그 시즌에 맞는 발 빠른 전략이 도출되어야 합니다. 리서치와 그에 대한 분석 및 해당 시즌의 trend에 대한 뛰어난 예측력이 수반되어야 하겠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과거 SMART브랜드 모델로 활동했던 장나라 팬 싸인회 모습, 그 당시 장소였던 잠실 롯데백화점 지하는 인산 인해를 이뤄 백화점 손님들 입장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제가 장나라 매니저인 줄 알고 집까지 따라 온 친구들이 기억나네요…장나라양이 그때 인기를 다시 찾으시길…화이팅]

셋째, 제로섬 게임입니다. 지금은 대형 교복 브랜드가 4가지인데, 이들 브랜드가 전체 시장의 80%를 차지하며 매년 전체 사이즈는 정해져 있는 시장입니다. 타겟이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의 헛발질은 경쟁사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해당 기업은 그해 뿐만 아니라 약 2,3년 정도 여파가 지속되는 대 참사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제로섬 게임 형태의 비지니스群일 경우 경쟁사의 모니터링 통한 약점공략과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또한 브랜드 확장 등을 통한 장기적인 새로운 수익원 창출도 아주 필요합니다.

넷째, 실제 제품을 사용하는(소비하는) 소비자와 구매 여력을 가지고 서포트 해주는 조력자가 존재합니다. 즉 학생과 학부모입니다. 그래서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각각 리서치가 진행되고 그에 맞게 채널 별로 기획들이 수립됩니다.

다음은 셋째와 넷째 이야기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과거 SMART 브랜드가 줄 곳 시장 1위를 유지해 오다 2000년대 초반 I브랜드에게 1위를 잠시 내어 준 적이 있습니다. SMART는 대기업 SK 브랜드이면서 장학퀴즈 등으로 연상되는 전통과 명예의 신뢰성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인지시켜 왔고 그 브랜드 이미지가 그때까지 가지고 있는 최고의 강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면서 학생들의 구매영향력이 갈수록 커져갔고 경쟁사들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자인을 강조하는 brand concept을 강조하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되었던 것입니다. 그때 SMART 브랜드의 대응은 본인의 강점을 손쉽게 버리고 2위 브랜드가 내세웠던 디자인 issue를 같이 강조함으로써 기존 1위 브랜드가 가지고 있던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버리고 굳이 원정경기를 자진해서 참패하게 되었던 것 것입니다. 당시 1위 브랜드의 강점인 전통과 명예가 그 시즌에는 고루한 느낌이었고 이에 경쟁 브랜드에서 “다리가 길어 보이는”, “디자이너가 만든” 등의 디자인을 강조한 concept으로 공격을 했던 것이죠. 1등 브랜드의 강점이 갑자기 약점으로 바뀐 것입니다.

1위 브랜드의 약점은 강점 속에 존재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것을 찾아내고 시장 상황에 따라 역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후 “Back to the origin” 전략으로 SMART는 다시 홈그라운드로 issue를 옮겨오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다섯째, 小lot 多품종 생산 능력이 핵심 경쟁력 중 하나이며 이것이 교복 비지니스의 큰 진입 장벽 중 하나입니다. 사실 교복 업계처럼 기업의 입장에서는 몇몇 업체가 시장에서 과점체계를 유지하며 비지니스를 영위하는 것이 위험부담이 적고 함께 공존하며 성장할 수 있는 좋은 모델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시장 진입장벽이며 진입장벽이 없으면 언제나 경쟁상대들이 늘어나는 법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송혜교氏와 故이은주氏가 오래 전 SMART 브랜드 모델 선발대회 출신인지 아시는지요?
                     송혜교氏가 대상 이였고 이은주氏가 은상 이였습니다.]

교복 마케팅은 대통령 선거와 아주 유사하다 보고 거기서 많은 insight를 얻곤 했었습니다. 지역별로 타겟이 정해져 있고, 시즌에 따른 폭발적인 광고 홍보 전략이 필요하고, 제로섬 게임이며, 조력자들의 입김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교복과 다른 이야기지만 와인 마케팅의 경우는 국내에 참고할 만한 성공사례들이 없어 고민하다가 대형 서점들의 마케팅에서 많은 insight를 얻었던 기억도 있네요. 와인도 교복과 유사한 “小lot 多품종” 형태이고 대형 서점도 유사하며 이들의 베스트셀러 마케팅에서 action plan의 motive를 많이 가져오곤 했습니다. 비슷하지 않나요?

benchmarking을 진행할 때 1위 브랜드가 아니면 경쟁사 활동을 benchmarking해서 그냥 따라 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전혀 다른 비지니스에서 유사점을 찾아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들도 좋은 방법입니다.

……

마지막에 벤치마킹(benchmarking)에 대해 생각해보니 오래 전 벤처회사를 설립한 선배가 한 말이 생각나네요. (단지 단어 초반 어감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벤처 기업은 잘 하면 벤츠 타는 거고 망하면 벤취에 눌러 앉는 거지 뭐…”

마케팅 업무 종사자 여러분,
오늘도 좋은 기획안 만들어서 멋진 작품 하나 만들어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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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oughts on “교복 속에 숨어 있는 재미있는 마케팅 이야기…

    • 앗! 이쁜 혜균양!…제가 빨리 정신을 차려야 놀러 가고 연락도 할텐데…미안합니다. 어여 정신차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화이팅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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