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정말 우리 고객이 이런 사과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사람들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을 합니다. 조직과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기업 위기관리 측면에서 사과의 행위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하지만 최근 ‘사과가 트렌드’가 된 형국에선 일반적인 사과가 이해관계자들에게 식상하게 느껴지지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어제 공개된 가격인상 이슈 관련 BBQ 공식 블로그에 올라온 사과는 근래 보기 힘든 상당히 독특한 사과법이었습니다.

해당 사과문은 현재 다른 문구로 수정되었습니다. (원문 참고 : http://blog.naver.com/blogbbq/221032678680)

이 사과문과 관련한 여러 문제점과 유사 사례들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해당 사과문은 여러 경험상 다음 두 가지 과정을 통해 실행된 사과문으로 추정됩니다.

 

1. VIP 1인의 독단적 제안을 통한 VIP 개인 스타일에 맞는 사과문 문구와 형식 결정

“싸나이답게, 시원하게 용서를 구합니다.” 라는 사과문 문장은 1인칭 개인이 사용하는 문장입니다. 그런데 사과 이미지는 임직원이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화자(話者)’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조직과 기업의 사과로 적절하지 않습니다.

중견·중소 기업의 경우 위기관리의 실행이 VIP 1명에 의해 독단적으로 결정되는 사례들이 많습니다. ‘싸나이 답게’라는 문구가 특정 개인의 상식에선 진정성을 전달하는데 용이하다 판단했겠지만 오히려 해당 이슈에 불만이 있는 고객과 이해관계자들의 수준을 무시하는 메시지로 오인될 수 있습니다.

 

2. 독특한 아이디어 기반의 외부 조언’

이 사과문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영상이 하나 있습니다. 일본 빙과업체 아카기유업(赤城乳業)의 사과 영상입니다.

 

25년 만에 100원(10엔) 가격 인상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아카기유업(赤城乳業)의 이노우에 소타(井上創太)사장과 직원들이 사과하는 영상입니다. 일본의 유명한 포크송 가수 다카다 와타루(高田渡·1949~2005년)의 풍자적인 노래 ‘물가인상’(値上げ)가구슬프게 흐르고 아카기유업 직원들이 두 손 모아 사과하는 모습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일본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많은 반향이 있었던 사과 사례입니다.  (출처 : 한겨레, 2016년 4월 8일, 25년 만에 단돈 100원 올렸다고 고개숙인 사장님)

만약 외부 조력자나 조력 그룹이 이 영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면 애초에 이 사례는 전제와 상황이 완전 다른 경우입니다. 일본 아카기유업의 사례는 사장이 리드하며 이슈발생 전 선제적인 사과를 하고 있으며 특히 25년간의 노력에 대한 고객의 이해가 선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3. 위기관리는 크리에이티브 영역이 아닙니다.

실제 위기관리 현장에선 위기관리 실행 준비를 위해 기업 담당자들이 상당히 바쁘게 움직입니다. 하지만 외부에서 보면 이 준비 기간이 길어질 수록 특별한 액션이 없어 해당 기업이 침묵하고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특히 위기관리를 위해 각종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제안을 하는 그룹들이 주제가 산으로 가는 난상토론을 만들고 빠른 결정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예외적인 변수가 발생했거나 극단적인 모험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위기관리는 가장 안전하고 검증된 솔루션을 선택해야 합니다. 크리에이티브가 작동된 위기관리 실행으로 인해 독특한 대응방식이 오히려 이슈가 되고 또 다른 논란을 만드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는 대응 자체가 위기를 증폭시키는 사례들입니다.

위기는 기회가 아닙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빠르게 극복하고 관리하는 노력에만 집중에도 부족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사과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다음은 독특한 사과를 통해 이슈를 더 증폭시켰던 반면교사 사례들을 정리했습니다.

 

용량 표기문제 이슈가 있었던 쥬시의 사과.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쥬씨의 사과를 받아주십사 ‘쥬씨사과쥬스’를 출시했다”면서 다시 제품 홍보를 시도하며 논란 가중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페이스북 콘텐츠에 대해 사과하면서 끝까지 행사 홍보 시도

 

카카오톡 개인정보 보호 이슈 관련 사과문. 일부 카톡 사용자에게 친근하고 캐주얼한 톤앤매너로 인식될 수 있지만 진정성 없고 장난스럽다는 반응이 다수. (안녕… 하셨나요? 그게 다는 아닐 터인데… 외양간 프로젝트 등의 표현이 문제가 되었으며 ‘공지부터 fnc%(k2e88_3+q 하는 카카오팀 드림’이란 표현은 해석의 논란을 일으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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