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혼자선 택시를 제외한 대중교통 이용을 잘 못합니다. 재벌집 아들도 아닌데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에 줄곧 택시를 타고 다녔고 대학교에 가선 바로 자가운전을 하였습니다. 지하철, 버스를 혼자 타면 시선처리가 힘들고 몸에 식은 땀이 납니다. 아마 저희 가족 외에 저를 아는 분들이 이 글을 본다면 정말 믿기지 않는다 말씀하시겠지만 저도 이런 제 자신이 선뜻 이해 가지 않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상담을 받아보면 심리학에서 이야기 하는 『대인 공포증』인 듯 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요즘 용산 이촌동 집에서 강남 삼성동 사무실까지 지선버스를 한번 타고, 이후 지하철 4호선에서 2호선을 넘나들며 출근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생전 첨 보는 사람들과도 금방 친해지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의도 하는 사람이 버스, 지하철 요금도 모르고 당최 택시나 자가용만 이용하는 이상한 남편을 내심 못마땅했을 터인데 요즘 하는 것을 보면 “개가천선”했다고 아주 좋아합니다. (개가천선…개과천선[改過遷善]의 오타 아닙니다.)
사당역에서 채소가게 아주머니가 콩나물을 비닐 봉지에 꾹꾹 넣어 담아주듯 객차 내부로 밀려 탑승한 후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출입구 상단에 붙어 있는 지하철 노선도를 우연히 보았습니다. 그 모습이 흡사 요즘 웹 상에서 계속 확장되고 있는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와 비슷하다 생각 되어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는 아시다싶이 댓글, 트랙백, RSS 등 링크로 복잡하게 연결되어진 블로그들의 집합입니다. 지하철 노선도 역시 역이란 노드가 링크로 연결되고 확장되면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근데 지하철 노선도에서 특이하게 눈의 띈 것이 환승역입니다. 현재 노선에서 다른 노선으로 이어주는, 웹으로 따지면 허브 역할을 해 주는 특별한 노드인 셈입니다. 이 환승역이 있기에 엄청나게 많은 역과 링크가 확산되어 각 역간의 거리를 짧게 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수도권 지하철 노선을 인터넷으로 다시 상세히 보니 총 52개의 환승역이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중 70~80년대 완공된 1호선의 환승역(20개)과, 2호선의 환승역(19개) 개수는 총 39개로 전체 노선의 환승역에 75%를 차지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네트워크 이론에서 보면 새로운 노드들은 링크가 많은 노드를 보다 더 선호하기 때문에 먼저 네트워크에 진입하여 이미 많은 링크를 모은 노드들이 진입순서가 늦고 아직 링크 수가 적은 노드들보다 선택될 가능성이 크고 더 빨리 성장한다는 부익부 현상이 있는데 이것은 지금 블로고스피어를 봐도 유사하게 적용됩니다. 초창기 블로고스피어에 진입한 후 활발히 관계(relation)를 맺으며 링크수가 많은 블로거들은 활동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블로고스피어에서 중요한 허브 역할을 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입니다.
과거 웹의 구조는 모든 정보와 자신의 견해를 모든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자체에 열광했지만, 이젠 불특정 다수가 그 정보와 견해의 문서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새로운 정보가 업데이트 되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이것이 검색엔진에 어떻게 잘 검색되는가의 문제와 함께 대두되는 것이 링크의 문제입니다.
기업들이 많은 블로그들과의 링크가 많으면 많을 수록 웹에서의 visibility는 높아질 것이며, 그것이 결국 블로고스피어를 활용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될 것입니다. 또한 그 기반이 되는 블로거 관계(Blogger Relations)는 이후 기업의 중요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하루라도 빨리 블로고스피어에 진입하여 활발히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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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도 점차 링크의 경제학(폴 길린의 The New Influencers)의 내용을 이해하리라고 믿습니다.
우리나라 일부 다단계 회사를 보면 링크의 개념을 너무 잘 이해한 듯도 한데요.
감사합니다.
송이사님의 인사이트를 느낄 수 잇는 글이네요. 관련 글을 읽으면서 2007년에 도쿄 지하철 역을 기반으로 웹2.0 서비스 기업들을 연결하여 보여준 그림이 생각나서, 참고 차원에서 다시 찾아보고 관련 링크 공유합니다. http://informationarchitects.jp/ia-trendmap-2007v2/
이사님께서 직접 좋은 정보를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머리속 그림인데요. 이 그림은 2년전이네요.
감사합니다.
어디에서건 선점의 법칙은 유효한 것이군요^^ 예전에 많이 언급되었던 Know-how 시대에서 Know-Where 시대가 도래한다던 말이 이제는 성큼 우리네들 안으로 들어온거 같습니다. 좋은글 감사드려요
마케팅 불변의 법칙 중 NO.1인 선도자의 법칙은 사실 IT산업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IT, 인터넷 분야 기업들에겐 유독 잘 적용되지 않는 법칙이 되었습니만 선점의 중요성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는 없는 것이죠.
감사합니다.
모순적이지만 취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다양해 졌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질은 과거에 비해 크게 나아 졌는지 의문입니다. ^^ 노드간 오가가는 정보의 단위는 커졌을 지 몰라도 질적인 측면에서는 글쎼요…. ^^ 관련하여 적어본 글이 있어서 링크 남깁니다. http://www.trendons.com/?p=40
2006년에 벌써 저런 insight를 가지고 계셨다니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댓글 내용으로 보면 과연 정보의 양과 삶의 질이 왜 상관관계가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 듭니다만 정보 과잉에 대한 말씀이라면 링크의 힘이 그것을 극복(?)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블로그는 사실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플랫폼이기에 말씀하시는 정보 과잉 이바지(?)하는 것일 수 있으며 정보의 질을 향상시키는 역할들은 서치 기술들의 발전이 해결해 주리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Web3.0, Web4.0의 이야기들이 세멘틱 웹, 유비쿼터스 웹이라 예견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정보의 질이라는 것은 개인의 요구수준과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에 과거 혹은 지금까지의 인터넷을 『정보의 무덤』이라 보시지 말고 『사금광산』이라 보시면 어떨까요? 흙속에 금, 진주를 찾는 것은 검색 기술이 유저가 원하는 수준까지 진화하지 않는 다면 어차피 본인의 능력과 분주함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가 과거 커뮤니케이션 툴의 기술적인 진보는 아니지만 자신이 원하는 카데코리의 정보 채널로서 즉각적인 업데이트를 해주며 링크를 통한 해당 정보의 확산과 토론을 통한 해당 정보의 검증 및 보완 등의 역할만을 담당하고 있는 모습만으로도 과거 정보유통의 형태에서 진일보 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송이사님께서 열심히 전도하시는 만큼만 참여해도 좋을 텐데요. 그럴 겁니다.
좀더 공격적인 전도가 필요할 듯 합니다.
화이팅이요~
prsong님! 감사감사
대인 공포증..믿기지 않아요0_0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대중교통상 대인공포증 이라고 할까요?
블로그를 참 알차게 잘 운영하셨네요…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