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1. 대구경북 지역 최대 주류 업체인 (주)금복주의 ‘참소주’가 그간 최대차별화 포인트로 광고해왔던 ‘천연암반수’을 사용하지 않고 수돗물을 사용했던 사실이 2009년 12월 30일, 대구 지역 언론들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 참소주는 생산량 75-80만 상자(360㎖ 30병), 대구 경북지역의 소주시장 점유율 70%를 차지 하고 있습니다.)
[참고 기사] “금복주 참소주, 수돗물이 원료”…”천연암반수 홍보와 달라“, 2009년 12월 30일, 매일신문사
2. 이 사례는 최악의 기업 위기 요소 중 하나인 내부고발자(Whistleblower)에 의해 이슈가 전개됩니다. 금복주 전 직원 A씨에 따르면 금복주는 10여년전부터 162미터 지하 천연암반수(대림생수)로 ‘참소주’를 만들어 왔지만 지난 2월쯤 암반수 공급을 슬그머니 줄이기 시작했고 (※ 대림생수는 지역 유명 생수입니다.) 수돗물과 암반수를 대략 6:4 비율로 섞어 소주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폭로합니다. 특히 금복주측은 4월부터 생수 공급을 전면 중단했지만 생수를 싣지도 않은 빈 차량 운행을 수개월간 유지하면서 주민들을 속여왔음을 추가로 밝힙니다.
3. 실제 대구 CBS가 상수도 사업본부에 확인해본 결과 금복주의 상수도 사용요금은 지난 5월을 기점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참고 기사] “천연암반수? 알고보니 수돗물 소주“, 2009년 12월 30일, 노컷 뉴스
4. 이에 금복주측이 지난 2월부터 사실상 수돗물 소주를 제조하면서도, 참소주가 천연암반수로 제조된 것처럼 대외 홍보를 멈추지 않았음이 드러나게 됩니다.
금복주의 대응 커뮤니케이션
1. 즉각적인 대응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난 5월쯤부터 수돗물을 일부 섞어오다 11월부터 수돗물로만 소주를 만드는 것은 맞다”
“당시 암반수와 수돗물을 일정비율로 혼합했기 때문에, 신문 광고상에 ‘천연암반수’ 문구를 넣은 자체는 큰 문제 될게 없다고 본다”
2. 이후 아래 메시지를 핵심메시지로 해서 당일 해명 보도자료를 지역에 배포합니다.
“10여년 전부터 대림생수를 사용했지만 장기적으로 안정된 주질(酒質)을 위해 고도정수처리장치를 도입했다”
“5월부터는 소주 맛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대림)생수 사용을 줄이고 수돗물을 고도정수처리해 사용했다”
[참고 기사] “수돗물 홍보 안했지만 은폐도 아니다”?, 2009년 12월 30일, 대구일보
3. 2010년 1월 4일, 금복주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사과합니다.
금복주는 지난 10여년 동안 참소주를 제조하면서 지역에서 가장 우수한 수질로 평가받고 있는 대림생수를 원수(原水)로 사용해 왔으나, 암반수의 특성상 장기적으로는 수량과 수질의 변화가 있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직접 관리할 수 없는 문제 때문에 암반수보다 수질이 안정되고 공급이 원할한 수돗물을 원수(原水)로 사용하기로 하고, 고도정수처리장치(역삼투압방식)를 도입하여 수차례의 수질 테스트를 통해 주질의 우수성이 검증되어 2009년 5월부터 대림생수의 사용량을 점차 줄여오다가 11월부터는 대림생수 사용을 중단하고 수돗물만을 정수하여 참소주를 제조해 왔다.
수돗물이나 지하수를 고도정수하여 소주 제조를 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고, 수돗물을 고도정수하여 제조한 제품이 대림생수를 사용한 제품과 비교하여 품질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검증되었으나, 주재료인 물을 바꾸면서 소비자에 대한 최소한의 고지도 없이 제품을 생산·판매해 왔고, ‘100%천연암반수’가 표기된 제품도 일부 유통이되면서 일부 언론과 소비자에 강한 항의가 쏟아졌다.
이에 금복주 김동구 대표이사는 “당사의 사려깊지 못한 행동으로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정중히 사과 말씀을 드리며, 한편으로는 우리 지역의 대표적인 암반수인 대림생수에 대한 소비자의 강한 신뢰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히면서 다시 대림생수를 사용한 참소주 생산과 더불어 적극적인 지하수 개발을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질을 확보하여 소비자에게 좋은 품질의 소주를 공급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경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복주는 지난 50년간 지켜왔던 ‘품질제일주의’와 ‘고객만족경영’을 경영이념으로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고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활동을 강화하여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거듭 약속했다.
[참고 기사] 금복주 “사회적 책임 다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할 것”, 2010년 1월 4일, 4일 공식발표한 금복주 입장 전문
insight 정리
- 내부고발자(Whistleblower)와 관련된 위기관리 이슈는 정용민 대표님 언급을 참조로 비유를 들자면 암으로 따졌을 때 췌장암 수준에 최악의 이슈입니다. [참 고] “내부고발, 최악의 위기 요소”
- 내부고발자의 경우 보통 예측불가능한 상황들이 전개되는데 이번 사례의 경우는 내부고발자가 한꺼번에 모든 보따리를 푼 상태로 시작되었고 이를 언론들이 하나하나 확인해 가며 전개되었습니다. 이후 언론 외 공정거래위, 지역이해관계자들의 지속적인 압력으로 인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인정하는 방법이 최선이라 판단한 것 같습니다. 내부고발자의 신빙성 있는 폭로를 두고 지속적인 논쟁을 벌이기엔 기업의 피해가 클 것이 자명합니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 공식적인 사과문 전문을 보면 아주 길게 보이는 저 전문이 단 4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명확한 의미 전달에 있어서는 큰 장애요소입니다.
- 해당 4문장은 “…제조해 왔다.” , “…강한 항의가 쏟아졌다.”, “이에 금복주 김동구 대표이사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력을 다할 것을 거듭 약속했다.” 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기업의 공식 사과문에서 어찌 남 이야기 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뭘까요? 그리고 반복해서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기업 커뮤니케이션은 미디어에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오디언스와 커뮤니케이션 해야함을 기억해야 합니다. 위 사과문은 왠지 미디어에게 보고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 이번 위기는 상식적으로 보았을 때 사용하던 생수를 계속 사용해 왔으면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뭔가의 이유, 목적으로 인해 생수를 수돗물로 바꾸었습니다. 이는 사과문 서두 및 여러 언론에서도 밝히고 있습니다. 실제 장기적으로 생수 수급에 문제가 있고 대림생수의 허가용도 외 사용에 대한 문제, 생수의 경도가 강한 이유 등으로 인해 수돗물로 교체할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이에 큰 비용을 투자해 고가의 설비를 확충하였고 수돗물을 사용해도 기존 생수 대비 품질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검증도 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지니스의 리스크를 해소해 보려는 노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 하지만 대 반전이 일어납니다. 공식적인 사과문 중반에 난데없이 “한편으로는 우리 지역의 대표적인 암반수인 대림생수에 대한 소비자의 강한 신뢰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히면서…”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소비자는 이번 사태로 해당 기업에 대한 신뢰를 상실했지만 해당 기업 대표이사는 소비자의 강한 신뢰를 재 확인했다고 합니다. 매번 천연암반수 생수로 소주를 만든다 광고하다 슬쩍 수돗물로 바꾼 뒤 소비자가 “왜 아무 언급 없이 수돗물로 바꾸냐?”며 항의했더니 이번 소비자의 항의가 기존 천연암반수의 강한 신뢰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니?…
- 소비자에게 솔직하지 못한 기업과 소비자의 커뮤니케이션이 실제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지니스의 리스크를 해소해 보려는 직원들의 노력은 물론 해당 지역민과 지역 소비자의 신뢰로 커온 기업의 신뢰를 잃어버린 결과를 초래했다고 보여집니다.
- 한편, 금복주측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김 모 상무를 해임하고 홍보팀 직원을 교체했습니다. 결국 홍보 담당 임원과 홍보팀 직원이 생수를 수돗물로 바꾼 주범이었다 만 천하에 공표한 셈입니다. 사실 기업들의 위기가 홍보팀으로 인해 시작되는 케이스는 극히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종국에 그 책임은 홍보팀에서 지는 경우들을 많이 봅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참고 기사] ‘수돗물 논란’ 참소주 직권조사 착수, 경북 일보, 2010년 1월 5일
- 최악의 기업 위기 요소로 시작되어 약간은 코메디 같은 사과문을 거쳐 가장 잔인한 결말을 보여준 사례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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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바톤이 언론에서 정부, 소비자와 시장으로 넘어갔으니 그들이 알아서 판단하겠지요.
홍보임원과 담당자들을 조치한 부분은 해명서와 다른 내부 정서를 반영하는 것 같아 흥미롭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한 개인보다 강해 보이지만 내부고발자의 경우 기업보다 개인이 강할 수 있다는 내용의 대표님이 과거에 블로그에 게재한 글이 생각납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참소주는 ‘천연암반수나 아스파라긴, 자일리톨 성분 함유 소주’라는 점보다 ‘우리 지역 대표 소주’로 대구 경북지역 소비자들의 머리속에 포지셔닝 되어져 왔습니다. 타 브랜드 소주들의 공격적인 프로모션 활동에도 언제나 ‘점유율 1위’ 자리를 고수할 수 있던 점 역시 이 ‘인식의 법칙’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구요.
하지만…금복주 측의 해명서에는 ‘믿어왔던 도끼에 발등 찍힌 소비자들의 상처’를 치유할만한 내용이 전혀 없다는 것, 그리고 단순히 대림 생수 사용 여부가 관건일 것이라는 엄청난 착각을 보여줬다는 점은 많은 아쉬움을 남기네요.
금복주 측에서는 “우리 지역의 대표적인 암반수인 대림생수에 대한 소비자의 강한 신뢰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라고 하겠지만 대경 지역 소비자들은 “우리 지역의 대표 소주인 참소주에 대한 배신감을 맛 본 계기가 되었다”라고 할 것 같습니다. 우리 지역 대표 소주가 있다는 점을 나름 자랑스러워 했고…’참소주는 참이슬 소주’가 아니라고 주변인들을 설득해 온 한 소비자로서….이번 사태는 그저 씁쓸하네요…^^;
정말 씁쓸한 사례입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신혼의 달콤한 향기가 여기까지 나는 듯…ㅋㅋ 
사과문의 내용을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의 잘못을 자인하는 형태네요. ‘암반수보다 수질이 안정된 수돗물을 사용했다’면서 ‘적극적인 지하수 개발을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질을 확보하겠다’는 향후 각오를 밝힌 건, 결국 수돗물이 지하수보다 못하다는 사실을 뒷받침 해주는 근거가 되는 건데요. 기업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정중하게 진심을 담아 사과를 하는 것은 효과가 있겠지만 위의 사례는 사과문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것 같아 많이 아쉽습니다. 좋은 포스팅 잘 읽었습니다.
맞습니다. 결국 자충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