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라고고고…
하지만!
나는 내 머리 내가 깎는다…
대충 매주 토요일마다 이발을 하는데 이제 4년이 되어 간다.
아래는 나의 머리에 대한 단상이다.
돈 좀 절약했겠는걸?
처음부터 좀 치사하지만…
일주일에 미장원 7,000원 잡으면 일년 52주, 4년 208주 (짧은 머리여서 미장원을 자주 갔다.)
208주 곱하기 7,000원 = 1,456,000원
4년 동안 절약한 금액으로 따지면 중고 스쿠터 한대 산다!!!
(이발소 아저씨, 미장원 아줌마… 죄송함미더~~)
뒷머리 면도는 어찌 하지?
뒷머리 면도는 아내가 해주는데 아직도 약간 서툴어 오늘도 한방 먹었다.
그래서 토요일에는 왠만해서 아내의 성질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대형 도루코 면도날이 바로 흉기로 변하는 날엔…그냥 골로 간다.
원래 머리가 짧진 않았잖어?
고등학교 때 많이 길었다.
대학교 댕길 땐 일본 만화 주인공처럼 왼쪽 눈을 가리는 언밸런스형 장발이었다.
한때 흰색으로 염색하고 댕길 때도 있었다. 미친넘.
고교시절 두발 단속에 반발하며 반항했던 것 생각하면…
난 본디 청개구리 스타일인 게다.
(그 당시 단짝 친구와 두발단속에 반기를 들며 학생부실을 새벽에 대파시키며 반항을 주도했었다. 그때 학생 주임 선생은 “지구 끝까지 추적해서 법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라며 전체 조례시간에 울분을 토하셨는데, 지금 자수하면 용서해 주시려나 모르겠다. 일단 공소시효는 지났것지?)
뭐 에피소드도 좀 있겠네?
나 처럼 아주 짧은 머리는 가끔 이유 없는 카리스마를 대중들에게 전달한다.
과거 두산에 입사하기 전 사장님 면접을 볼 때 사장님이 하셨던 말씀이…
“너 노조만들러 왔제?” 였을 정도니깐…(사실 노조는 만들고 싶었다…)
이러던 분위기가 세월이 흘러 이젠 21세기 트렌드라고도 한다. (자칭)
언젠가 사무실에는 나를 따라 밀어버린 사람들이 하나 둘 늘던 때가 있었다.
이땐 아주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
한번 상상해 보시라.
혼자 있을 땐 그나마 카리스마를 줄 수 있지만 (혹시 혐오감?)
둘 이상이 같은 공간에 있기 시작하면… 이거 코메디다…
둘이 모이면 “트윈스” 이고 셋이 모이면 “새알” 인게다.
그리고…
츄리닝이 회색인데 가끔 지나가던 스님 분들이 인사하신다.
카톨릭이라 수녀님께서 지나가실 때 인사 드리면 당황하신다.
혹시 이 글을 보고 따라 하고 싶은 동지들에게
1. 우선 가위 필요 없다. 바리깡(전동 이발기)을 하나 산다. 꼭 mm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을 구입하라.
또한 애완견용과 구별 해야 한다…
잘못 구입하면 고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발하다 가끔 정체성을 잃는 경우도 있다.
2. 구입한 후 그냥 거울 보며 시원하게 깎는다. 가끔 모 CF 흉내도 내보면서…
처음에는 3mm 이상으로 조절해서 깎아라. 처음부터 초저단mm로 깎았다가 실패하면 대략 난감하다.
3. 머리에 굴곡이 많으면 본인의 작품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바리깡이 머리 굴곡을 따라가기 때문에 머리가 울퉁불퉁하다면 매끈하게 나오지 않는다.
이럴 경우 바로 미장원에 가서 수선을 받는다.
돈 버리고 머리 버리는 최악의 경우다. 최소한 1-2개월 기다려서 원상복구 한 후 다시는 시도하지 않는다.
꼭 제 머리 깎고 싶다면 미용 기술을 습득하는 코스를 선택할 것.
4. 알 수 없던 땜빵을 발견 할 때도 있다. 난 유성 매직펜으로 해결했었다.
5. 옆머리 면도까지는 어찌 하겠는데 뒷머리 면도는 수습 불가능이다.
아내나 여친을 교육시켜야 하는데 초반 몇 개월간 뒷머리 부분의 피맺힌 칼자국은 감수해야 한다.
몇 개월만 고생한 후 계속 그녀들을 격려해 주면 그 동네 최고의 칼잡이로 거듭나리라.
이번에 옥션에서 약 3만원 가까이 지불하며 새로 구입한 바리깡…
헤어드라이기 등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조아스 제품이다. 그 동안 9,000원짜리 제품으로 약 일년 넘게 버텨왔었다.
이제 앞으로 몇 년간 나의 머리를 담대하게 책임져다오…죠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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