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용산 둘마트에 가보니 벌써 상품별로 명절 특별 판매코너가 만들어져 있더군요.
각 회사의 판촉을 진행하는 여자분들과 영업사원분들이 다음 날 마트 판매에 지장이 없도록 아마 밤 늦게까지 고생하면서 만들었을 겁니다. 불경기지만 많은 분들이 명절 앞두고 고생이 많습니다.
과거 명절 선물하면 갈비선물세트나 양주선물세트가 대세였지만, 최근 몇 년간 웰빙 트랜드에 따라 국내에도 와인 애호가가 늘면서 와인을 선물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품종, 빈티지, 산지, 브랜드 등 와인의 속성에 따라 세계적으로 수천만 가지의 와인이 있고 국내에도 5천 여종이 넘는 와인이 수입되고 있어 막상 와인선물을 준비하려 해도 선물용 와인 고르기가 여간 쉽지는 않습니다. 명절뿐만 아니라 특별한 기념일에도 받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와인을 준비할 수 있는 팁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여담입니다만, 우리나라는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새해가 항상 두 번이니 이웃들과 새해 인사도 정겹게 두 번씩 할 수 있고, 첫 번째 새해 출발이 실패하였다면 새로운 출발을 다시 할 수도 있으니까요.
일부 기업에 입장에서는 이 두 번째 새해, 즉 설날이 이른바 “대목”이라고 하는 시즌입니다. 참고로 한국에는 설날과 추석이라는 두 대목이 존재하는데 매출액으로 따지면 추석이 가장 큰 대목입니다.
와인 수입 업체 중 제법 큰 업체들의 명절 선물세트 판매액이 전체 한해 매출액의 약 20%, 1/5정도를 넘어서기도 합니다. 이정도 규모이니 업체의 입장에서는 사활이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실제 설날 및 추석 명절 선물세트 준비로 각각 3개월씩, 총 6개월을 진행하니 일부 직원들은 선물세트 준비로 일년의 반을 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① 와인을 좋아하시는 분인지 아닌지 먼저 파악합니다
당연한 이야기 입니다. 술을 먹지도 않는 분에게 와인을 선물로 전달한다면 오히려 실례가 되겠습니다.
받으시는 분이 와인애호가라면 명성이 있고 등급이 조금 높은 프랑스나 이태리 와인을 추천하며 취향을 알 수 없을 경우 너무 튀지 않는 칠레 와인이나 미국 와인이 좋을 듯 합니다.
아직은 와인을 잘 모르지만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샴페인이나 스위트(Sweet) 와인을 드리는 것이 무난합니다.
성향을 잘 모를 경우에는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을 한 병씩 선물하거나 스위트한 와인과 드라이한 와인을 함께 선물하는 등 서로 다른 성격의 와인을 선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② 가격대를 고려합니다.
와인을 선물 할 때 가격대를 신중히 고려해야 하는데 너무 비싼 와인은 오히려 부담을 줄 수 있고 너무 저렴한 와인은 실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예산이 많지 않다면 무리하게 가격대를 맞춘 프랑스나 이태리 와인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자칫 작황이 좋지 않은 생산 년도의 것을 골라 선물의 뜻이 퇴색할 수도 있기 때문에 프랑스, 이태리 와인은 5만원~7만원 이내의 중급 와인, 또는 그 이상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예산이 2~5만원 대라면 값도 적당하고 품질이 고른 칠레, 미국, 호주 산 등이 추천할 만합니다.
즉, 예산이 좀 넉넉하다면 프랑스나 이태리 와인으로, 부족하다면 신세계 와인을 선택하시는 것이 안전하다 보여집니다.
③ 구입 장소를 선택합니다.
와인은 백화점 및 할인점, 와인전문점에서 구입이 가능합니다.
저렴한 가격에 많은 와인을 구매할 경우 할인점이 유리하며,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한 경우 백화점과 와인전문점을 권합니다.
백화점이나 와인 전문점의 경우 할인점 보다 가격이 높지만 할인 행사기간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또한 구매자가 와인에 대한 상식이 있을 경우 백화점 등에서 판매되는 기존 세트 외에 본인이 직접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④ 와인 악세서리도 함께 준비하면 정성이 배가 됩니다.
와인 선물과 함께 와인 악세서리도 같이 준비하면 더 돋보일 수 있습니다.
특별한 와인 오프너나 괜찮은 와인 잔 등을 함께 준비합니다. 그 외 요즘에는 다양한 와인 악세서리들이 많이 수입되고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와인 애호가라면 정말 구하기 힘든, 특별한 와인 악세서리만 준비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⑤ 포장을 직접 하는 것은 어떨까요?
요즘 출시되는 와인선물은 고급스러운 케이스 등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천편일률적인 똑같은 포장입니다.
집에서 부직포, 포장지 등과 리본 테입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개발, 정성스럽게 와인을 포장하여 선물한다면 맛과 함께 정성도 보여줄 수 있습니다.
⑥ 와인 설명을 같이 첨부해 보세요.
대다수 분들이 해당 와인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으며 와인을 잘 알더라도 전달할 메시지와 함께 상세한 설명을 같이 포함시키면 받으시는 분들도 받은 와인에 대해 호감을 더 가지게 됩니다.
일반 포털 사이트나 해당 와인 수입 회사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주의해야 할점…
일부 백화점, 할인마트 등 매장에 상주하는 와인 판매 담당자에게 조언을 요청할 수 있지만 이들은 각 해당 기업에서 파견된 판촉 직원이므로 명절 대목의 판매 인센티브를 높이기 위해 자사 제품을 추천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객관성이 결여될 수 있음을 참고하세요.
일부 선물세트는 포장지 가격이 와인 가격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와인을 세트로 구매하지 마시고 알병 단위로 구매하셔서 직접 포장을 하시거나 그냥 전달해 드려도 무방하다면 심플한 쇼핑백에 그냥 전달하는 것도 똑같은 와인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해서 와인 선물 본디의 목적을 달성하실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세트 가격, 혹은 여러 세트를 구매했을 때 선물 세트를 더 준다는 이벤트에 굳이 현혹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일부 선물 세트의 경우 덤으로 주는 선물 세트의 가격이 이미 소비자 가격에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음… 이거 명절때 선물 받았는데요… 이 와인이 얼마 짜리에요?
명절 선물로 들어온 와인인데 현금으로 바꿔주세요.
설날, 추석 명절이 끝나면 의례 소비자 문의가 폭주하는데 명절 이후 약 보름에서 한 달간 제 자리로 온 소비자 문의의 대부분은 위와 같은 문의였습니다.
이럴 경우 참 난감합니다. 이분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질문한 것인지 뻔하기 때문에 만약 받은 와인의 가격이 좀 저렴한 와인일 경우 실제 해당 와인의 가격을 말씀드리면 아주 실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와인을 현금으로 바꿔 달라고 하시는 분은 ‘모든 와인은 상당히 고가’라는 선입견을 가진 분이 대부분인데 막무가내인 분들도 제법 있습니다.
선물을 드린다면 받는 분을 생각하고,
선물을 받는다면 드린 분을 생각하는 배려가 아쉬운 순간들이었습니다.
뭐니뭐니 해도 선물은 물질이 아닌 마음과 정성입니다.
※와인마케팅을 하면서 느꼈던 여러 단상들과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 블로그를 통해 가끔 긁적여보고 있습니다. 얼마나 자주 쓸 수 있을지, 습자지같은 지식과 미천한 경험들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장담 못합니다만 와인에 대해 쉽게 이해되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 이 글은 총 141회 조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