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의류 매장 매니저에서 배우는 마케팅 실전

 

오랜만에 어머니와 함께 소인의 설빔을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을 방문하였습니다. 1년에 한 두 번 백화점에서 어머니가 옷을 구매해 주시는데  ①이것도 아니면 내무부장관의 성향상 백화점에서 옷을 구매하기는 이제 나의 인생에서 끝났기 때문이고,  ②부모님께서 자식들에게 뭔가 나눠줄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그 능력을 행하며 기뻐하시는 것도 효도 중 하나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말은 청산유수…) 물론 제가 보답해 드리는 것은 없어 항상 죄송합니다.

삼성동 현대백화점과 잠실 롯데백화점을 비교해보면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롯데백화점의 주차장은 정말 빵점입니다. 이유 불문하고 잠실이든 명동이든 일단 주차장 때문에 롯데백화점 방문하기가 두려워지는 것은 비단 저뿐만 아니라 생각되며 롯데백화점의 치명적 단점 중 하나입니다.

일단 삼성 현대와 잠실 롯데, 둘 다 세일을 하고 있던 터라 양쪽에서 시장동향을 살펴본 후 구매하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오랜만에 나온 백화점 의류매장이라 우선 브랜드 별, 스타일별 가격대 파악이 급선무였습니다. 현대에서 30분 정도, 롯데에서 30분 정도 대략 파악을 하니 요즘 트렌드와 가격대가 대충 산정되었습니다. 그 후 본격적인 후보군 선정작업에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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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손님! 저희 매장에 손님이 원하시는 스타일의 제품이 있습니다.
제가 추천해 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둘러본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캐시미어 코트가 있었는데 설왕설래 하다 최종적으로 110사이즈의 재고가 없어 발길을 돌리던 참 이였습니다

매니저인 듯한 포스에, 백 구두를 착용한 건장한 남성은 계속 나를 주시하기도 하고 근처로 왔다 갔다 하던 행태가 썩 기분 좋은 상대는 아니었는데, 자신 있는 목소리에 결재를 담당할 물주인 어머니를 잡아채니 속는 셈치고 해당 매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손님! 캐시미어 제품을 찾으시죠?
손님이 좋아하시는 견장 없는 깔끔한 스타일에,
100% 캐시미어 제품이면서,
가격은 현재 세일가로 OOO이지만, 만족스러운 가격에 맞춰드리겠습니다.
자~ 여기 110사이즈 제품 준비해 놓았습니다. 한번 입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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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선수… 보통내기는 아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미 앞 매장에서 제가 입었던 옷, 제가 매장 스텝과 대화하던 내용을 듣고 이미 나의 성향을 파악한 후 내가 원하는 스타일과 사이즈에 옷을 스텝들을 동원해 미리 준비해 놓고 있었습니다.

research를 통한 Customer segmentation 후
성향에 맞춘 recommendation 전략에 충실한 선수입니다. 
이미 원하는 스타일에 가격과 사이즈마저 충족되었으므로 만족하며 구매하게 됩니다.

“그리고 손님께 어울리는 겨울에 케주얼하게 입으실 재킷이 준비되어 있는데 한번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손님의 체격이나 스타일이 너무 좋습니다. 지금도 너무 좋지만 살만 조금 빼신다면 스타일이 많이 살아나실 것 같아요. 손님은 정말 케빈클라인 스타일입니다.”

이미 주도권은 넘어간 상태입니다. 본인의 생각하는 옷에 철학, 그리고 나에 대한 스타일 조언 등 컨설팅 및 각종 컨텐츠들이 봇물같이 쏟아집니다. 

어머니는 이미 다른 매장에서 사기로 약속한 스타일까지 구매하십니다. 최종적으로 그 매니저는 명함을 건네고 어머니 전화번호를 받아 적습니다. Custom Fitting에 대해 다시 설명해주면서 평생 AS를 강조해 줍니다. 고객 관리를 위한 정보 습득과 브랜드와 매장에 대한 신뢰성을 부여하며 재방문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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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과 탐색의 중요성

마케팅 활동에서 시장 밖에 있는 광범위한 타겟을 대상으로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쟁 브랜드의 충성도 높은 고객이나 이탈한 고객을 가져 오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1위 브랜드와 함께 시장의 흐름을 창출하는 리딩 브랜드라면 더더욱 중요하지요. 이때는 충실한 리서치를 통해 전체 시장과 소비자를 조사하는 것 보다 경쟁 브랜드의 소비자 불만 및 약점 조사하여 전략을 세우는 것이 효과적일 때가 있습니다.

이 매장 매니저의 경우 본인의 신체적 채널(눈과 귀)을 통해 제가 원하는 스타일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를 습득하고 상대 매장에 해당 사이즈가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발견하여 본인이 그린 시나리오대로 움직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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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바라볼 때 숲 속의 나무들이 움직이는 것은 적이 오는 것이다.
풀밭에 장애물이 많은 것은 적이 꾸민 덫이요.
새들이 갑자기 날아 오르는 것은 적의 복병이 있다는 뜻이며,
짐승들이 놀라 달아나는 것은 적의 기습이 있는 것이고,
먼지가 높고 많이 이는 것은 전차가 오기 때문이며,
먼지가 낮고 넓게 일면 보병들이 오는 것이다.
적진에서 온 사자(使者)의 말이 겸손하면서도 한편으로 방위태세를 계속 굳히면 이는 아군을 공격할 낌새요,
이와는 반대로 강경하게 말하면서 진격할 뜻을 보이는 것은 오히려 후퇴할 낌새다.
적이 먼저 전차를 내보내 버티고 있는 것은 아군과 결전을 치를 준비요,
약속한 일도 없는데 화해를 청해 오는 것은 적이 전투준비를 위한 시간을 벌자는 계략이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정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마케팅 전쟁에서도 아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리서치 입니다.

사실 리서치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리서치의 수많은 TEXT와 숫자 속에서 의미 있는 소비자의 욕구를 발견하고 경쟁브랜드의 움직임과 약점을 파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요.

어디 소비자 조사 잠복근무 아르바이트라도 있으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꼬리말…
편협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는 패션마케팅이 마케팅 중에서도 마케팅이라 생각하는 1인입니다.
2년 조금 넘게 경험했으니 정말 맛을 본 것도 아니고 손만 살짝 대어본 수준이지만 그때 배움의 토양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사실 말도 꺼낼 수준도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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