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사과하셔야죠!”
언제 부터인가 위기가 발생하면 사과가 위기 관리의 필수 조건 혹은 전부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사안에 따라 사과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지만 바야흐로 ‘사과의 홍수’, ‘사과의 트렌드’의 시대가 도래했기에 사과가 반드시 전달해야 하는 ‘진정성’과 ‘개선의지’의 전달이 진부해지고 모호해 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2012년 이후 다시 발생한 KT 개인정보유출 사과문을 보면서 이 부분에 대한 문제와 고민을 함께 해 보고자 합니다.
KT는 이번에 재차 발생한 개인정보유출 이슈에 대한 사과문을 홈페이지를 통해 즉각적으로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어딘가 익숙한 문장들과 내용들이 눈에 띕니다. 발생 시점 자체가 카드사 개인정보유출 사건과 인접해 있어 문장에서 형식 등의 유사함들이 그런 느낌을 가지게 하지만 정작 2012년 동일 이슈 발생 시 발표했던 사과문과도 상당히 유사합니다. 대표적인 문장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12년) 고객님의 개인정보보호에 최우선으로 노력해 왔으나
(2014년) 고객님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최우선으로 노력해 왔으나(2012년) 소중한 고객님의 정보가 유출된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 드립니다.
(2014년) 고객님의 소중한 정보가 유출되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2012년) 이번 일을 계기로 내부 보안체계 강화와 전 직원의 보안의식을 철저히 하여, 향후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2014년) 이번 일을 계기로 내부 보안체계를 더욱 강화하여 향후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2012년) KT를 믿고 사랑해 주시는 고객님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되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2014년) KT를 믿고 사랑해 주시는 고객님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반복된 동일 이슈에 대한 사과
2012년과 2014년을 각각 분리해서 본다면 메세지가 모두 틀렸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상황에 대한 인식 및 사과 표현, 개선 의지 등이 구조상 큰 문제 없이 포함되어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이번 위기가 동일 이슈로 재차 발생한 위기이며 그에 대한 사과문이 과거와 유사할 순 없는 상황이라는데 있습니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이번 사과문에서 가장 우려가 되는 표현은 현재 상황에 대한 인식 부분인 ‘고객님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최우선으로 노력해 왔으나’와 ‘이번 일을 계기로 내부 보안체계를 더욱 강화하여 향후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는 부분입니다. 반복된 이슈에 대해 아무런 추가 설명 없이 최우선으로 노력해 왔다는 입장과 다시 추가적인 설명 없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개선의지는 누가 봐도 상투적인 문구(cliche)로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사과문이 트렌드인 시대
더군다나 서두에서 말씀드렸듯이 과거에 기업들의 사과문이 없었던 시절, 기업의 사과문이 타 보수적 기업들의 습관에 비교해서 사과를 했다는 그 ‘독특함과 차별화’를 기반으로 사과문의 진정성과 개선의지를 전달하는 것에 용이했다면 이젠 사과문의 홍수 속에 대중들에게는 그냥 형식 상 진행되는 하나의 ‘통과의례’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해당 기업이 간과해선 안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사과를 해야 기업의 사과문이 진정성을 전달할 수 있을까요?
사과문 자체에서 솔루션을 찾는다면 변화 할 수 있는 부분은 형식, 문장, 횟수가 될 것이겠지만 결국 그 또한 하나의 전술(tactic)에 머무르게 되기에 결국 더 중요한 것은 이제 ‘애티튜드(attitude)’와 ‘개선’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그 ‘개선’이 제대로 실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개선이 실행되고 그 개선의 과정이 커뮤니케이션 되고 그 개선의 결과가 공표되어야만 이제 사과문의 진정성을 담보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사안이 다르고 개인과 기업의 사례가 다르지만 아래 장미란 씨 사과문에서 한번 힌트를 얻어보면, 위에서 말씀드린 사과문 이후 실제 개선을 하고 그 개선의 이행 결과를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사과문을 진정성을 더 확보하고 해당 위기를 종결시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개인과 기업 위기들은 법적으로 유죄(guilty)인 사안들이 많아 치밀한 전략과 치열한 논리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위기 관리를 진행하기 보다 사과문이 필수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과문이 필수가 되어 버렸지만 이제 사과문이 난무하고 익숙해진 시대에서 ‘사과’ 자체에 대한 ‘애티튜드(attitude)’와 ‘개선’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그 ‘개선’이 실행이 더욱 강조되고 있음을 기억하셔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번 경험한 위기는 개선으로 이어지 반드시 재발되지 않아야 합니다.
※ 본 블로그에서 언급하는 모든 사례는 해당 기업을 비판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라 해당 사례를 통해 다른 기업들이 반면교사로 삼아보고자 하기 위함입니다. 분명 위기관리에는 정답이 없으며 해당 기업들마다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부득이한 상황이 있을 수 있기에 외부 커뮤니케이션 분석만으로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 한계속에서도 미디어 및 온라인, 소셜 미디어에 들어난 해당 기업의 대응과 그에 따른 상황 자체가 이해관계자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춰졌다면 그 부분이 다른 기업들에게 주는 시사점을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해당 위기 이슈의 진행 과정 속에서 해당 기업과 관련자분들의 고뇌와 대응에 충분히 공감하며 위 내용은 비판이 아닌 필자의 위기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제언임을 다시 한번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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