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n’s letter] 나의 강박관련과 디테일

 

제 회사 코치분들께 공유하는 개인적인 메일을 공유합니다.

 

1. 저는 대기업에서 처음 품의라는 것을 쓰고 7번 빠꾸를 당했습니다. 그때 팀장님은 늦게 남아 있는 몇몇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품의철 모서리로 머리를 치며 빨간펜으로 계속 수정을 해 주셨죠. 그때 수모(?)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렇게 머리 피나며(?) 배운 기획 안, 품의서 작성에 대한 집착은 다음 이직한 대기업에서 타의 모범이 되어 신입 사원들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2. VIP들에게 올라가는 엑셀, PPT는 정말 피를 말리는 노가다였습니다. 내용과 논리 물론 중요하지만 이른바 와꾸를 맞추고 정렬하기 위해 파워포인트 돋보기 기능을 활용해서 일일히 다 맞추곤 했습니다. 장표를 만드는 속칭 찍새들의 삶은 숫자 하나, 글자 하나, 틀 하나, 정렬 하나에 생사(?)가 갈렸습니다.

3. 제가 말 한마디, 전화 통화 한번 잘못해서 (당시에는 그것이 문제인지도 몰랐습니다) 임원 한 분은 업무 중 화를 참지 못하시고 그냥 집에 가셨습니다. 그 분의 그 행동과 그때의 공포심은 아직도 뇌리에 선하고 지금도 웃음을 참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나의 머리 속 단골 콘텐츠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4. 남산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사장님과 전 임원이 참석하시는 브랜드 런칭쇼에 거액을 들여 만든 홍보 영상이 멈췄습니다. 그 멈춘 3분의 시간은 3시간보다 길었습니다. 그날 다른 여분의 DVD데크를 준비해 놓았기에 그나마 3분의 시간이었지 그것을 준비하지 않았다면 지금 생각해 봐도 더 끔찍합니다. 그날 이후 저는 가능한 사소한 장비도 2개씩 준비하는 습관이 생겼고 나의 가방은 더 무거워져만 갔죠.

5. 6월 6일 현충일(공휴일)에 진행해야 할 그룹 회장님 지시사항이 어그러졌습니다. 비서실 여자 과장부터 비서 실장님까지 전화가 불이 났습니다. 결국 사전에 모든 준비를 마쳤으나 실행하는 사람들이 실수를 했습니다. 아주 마이너한 일이라 생각하고 민감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방심했던 것입니다. 결국 이후에는 휴일이라도 회장님 지시 사항은 제가 직접 해야 했습니다.

(좀더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비속어를 사용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쌓여진 강박관념과 디테일들이 아직도 몸에 배여 여기 코치분들께 요청하거나 지시할 때 가끔씩 ‘무슨 저런 것까지 말씀하시나?’라고 생각이 들기도 할겁니다. 지금은 저 또한 정말 많이 디테일을 포기한다 생각하면서도 ‘쓸데 없다 생각할 텐데… 힘들다 생각할 텐데… 내가 이런 것까지 이야기 해야 하나?’ 생각도 가끔 합니다. 그런데 저 같이 그럴듯한 밑 바탕 없이 올라온 사람에게는 이런 노력으로 만들어진 집착과 디테일이 경쟁력이 되기도 합니다.

노인네가 되어서 옛날 이야기만 하고 있고 내가 이렇게 힘들었는데 좀 닮아야겠지 않겠냐란 이야기는 아니에요. 사실 제 선배들은 더 힘들었겠죠. 만약 장점이라 생각되시면 취하시고 단점이라 생각되시면 기억하셔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도록 하세요.

마지막으로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가장 중요한 것은 시대가 갈수록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퍼포먼스는 모두가 기본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집착을 통한 사소한 것 같은 디테일에서 차별화가 되어가고 있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런 디테일이 있다면 선배들에게 꼭 배우시고 받아드리시고 꼭 기억해 주세요.

Detail is beautiful 입니다.

감사합니다.

 

※ 이미지 설명 :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즐겨 했었다는 “God is in the details.”라는 말을 저는 한 인턴 코치의 회신으로 알게되었습니다. 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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