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글은 어떤 정치적 목적과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프롬프터’라고 혹시 아시나요?
연설자나 방송 진행자가 테이블에 놓인 원고를 보는 것이 아니라 청중이나 카메라를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원고 내용을 읽을 수 있게 해주는 장치입니다. 흔히 알려진 ‘텔레프롬프터(teleprompter)’는 텔레스크립트(Telescript)라는 프롬프터 개발사 이름을 따 붙인 이름이며 요즘에는 투명 프롬프터를 주로 사용하는데 연설자는 원고가 보이지만 반대편에서는 보이지 않고 음영처리되거나 투명처리되는 기술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프롬프터는 연설자나 방송 진행자 뿐 아니라 가수들이 가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 사용하기도 하고 오페라 공연에서 대사, 동선 등을 배우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프롬프터와 관련해 최근 흥미로운 논란이 있어 위기 관리 입장에서의 의견을 포함해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 광복 69주년 연설을 했는데 아래와 같은 기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AFP 통신이 선택한 사진은 박근혜정부로부터 돈을 지원받는 국내 통신사의 사진들과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태극기 배경 연설 장면인데, AFP 사진에는 박 대통령이 원고없이 연설할 수 없었던 비결, 투명 프롬프터가 나와 있습니다. 다른 사진엔 프롬프터 안에 박 대통령의 얼굴을 맞춘 프레임도 발견됩니다.”
[국민일보 2014-08-15 17:23 / ‘[외신이 본 한국] 朴대통령, 6600자 광복절 경축사 원고없이 연설한 비결‘ 기사 중 일부]
우리나라 언론의 사진 보도와 AFP통신의 사진 보도의 차이를 언급한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아고라 등 일부 커뮤니티로 확산이 되기도 합니다.
이날 AFP의 사진은 다음과 같이 해외 언론을 통해서 소개됩니다.
그런데 좀더 서치를 해 보니 AFP의 박근혜 대통령 공식 연설 사진은 과거에도 유독 투명 프롬프터가 등장하는 패턴이 종종 보입니다. AFP 사진 기자의 성향일 수도 있겠다 추정도 해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69주년 광복절 연설 사진 중 투명 프롬프터가 등장하는 앵글은 비단 AFP 뿐만 아니며 일부 해외 언론과 국내 방송에서도 등장합니다.
그런데, 사실 프롬프터 논란은 박근혜 대통령 보다 많은 분들에게 연설의 달인, 연설의 대가로 알려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더 많았던 것 아시나요? 오바마 대통령은 공식 연설의 실수를 최소화하고 연설의 정확성을 높이며 국제 문제에 대한 언급 시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외교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투명 프롬프터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이나 보수 진영에선 특히 대선 기간에 프롬프터 없이 연설을 할 수 없는 오바마를 신뢰할 수 없다는 공격을 많이 펼쳤던 사례가 있습니다.
이런 위기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백악관출입기자협회(WHCA)에서 매년 주관하는 White House Correspondents’ Dinner의 2011년 행사에는 백악관이 제작한 재미 있는 영상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영국의 조지6세가 한 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말더듬이증세를 치료한다는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풀어낸 영화 “The President’s speech”를 패러디했는데요. 오바마의 텔레프롬프터예산이 삭감된 후 연설장애를 겪는 그를 조셉바이든 부통령이 도와 연설장애를 극복한다는 영화 예고편을 만들어 공개했던 것이죠. 진중한 이슈를 유쾌하게 대응하는 이들의 위트와 여유는 정말…
국내에선 안철수 의원 또한 대선 출마 선언 때 투명 프롬프터를 사용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프롬프터가 연설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거나 일반 대중들의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판단한 사진 기자들과 방송 카메라 감독들이 프롬프터가 앵글에 잡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나 프롬프터 또한 하나의 소품에 지나지 않거나 특별히 앵글에서 제외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사진 기자들과 카메라 감독의 생각은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유창하게 연설을 진행한 것으로 생각했던 청중들과 대중들이 프롬프터의 존재를 알았을 때 느끼는 실망과 연설의 신뢰에 대한 악영향 또한 충분히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커뮤니케이션의 위기 관리 차원에선 오바마와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과 실행에 좀더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보통 A4용지 4~5장 분량의 연설문을 모두 외운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며 아무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연설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VIP들의 연설은 사적이고 캐주얼한 자리가 아닌 국제적인 이슈나 대외적으로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자리라면 ‘임기응변’식의 달변보다 사전에 준비되고 실수를 최소화 하는 연설이 더 중요하며 그것이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글은 다음의 사례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사실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프롬프터를 사용하느냐 사용하지 않느냐는 아닙니다. 이번에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통법을 보면 좀더 정답에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VIP들의 연설에는 그 사람의 영혼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감사합니다.
<출처와 참고>
- [박종호의 친절한 오페라] 오페라의 숨은 공로자 프롬프터
- 대통령의 영어실력과 투명프롬프터
-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과 투명 프롬프터
- 미국정치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백악관기자단만찬
- 오바마의 감동없는 프롬프터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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