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것은 이들의 답변이다. 담당연구원은 “우리도 우려하던 일”이라며 “지난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살아있는 건 처음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멸균처리를 하고 있으나 그 후에 뚜껑틈으로 들어가서 알을까고 부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업체 측에서는 회사의 생활용품으로 피해보상을 해준다고 제안했다. 그 회사의 제품은 더이상 믿을 수 없다며 글쓴이가 거절하자 50만원을 주겠다고 재차 제안했다. 심지어 업체에서는 “식약처에서 회사 측 잘못으로 판정이 난 것도 아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파이낸셜 뉴스 / 2015.07.17 09:58 / 액상분유에서 구더기 나와..업체 측 “50만원 줄게” 기사 중 일부]
식품 이물질 이슈를 포함한 제조업 분야 고객 클레임 위기 관리의 경우 빠른 감지 및 해당 이슈의 사실 확인과 더불어 해당 고객과의 첫번째 커뮤니케이션이 위기 관리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합니다. 이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고 인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통의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기업과 구성원이라면 이런 이슈에 대해 최선을 다해 협의하려는 기본 정신과 자세를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런 기업과 구성원의 명분과 대의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과정 속 디테일이 부족해 특정 커뮤니케이션만 부각되면서 이슈가 커지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그 이유 중 많은 부분들이 조직 커뮤니케이션 차원의 ‘진정성’과 ‘투명성’에 대해 과도하게 이론적으로 접근하거나 교조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우리도 우려하던 일”, “지난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살아있는 건 처음이다”라는 식의 커뮤니케이션은 진정성과 투명성의 표현이라 판단했을 수 있지만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사족입니다. 이렇게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되면 실제 고객을 위한 기업의 명분과 의지는 사라지고 오히려 해당 커뮤니케이션만 더 부각되어 위기 관리는 계속 미궁속으로 빠지거나 힘들어 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는 훈련받은 기업의 대변인보다 POC(Point of Connection), 즉 소비자 접점에서 실무자의 커뮤니케이션 원칙과 훈련이 더 중요해 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50만원을 주겠다” 라고 제안했던 부분 또한 결과론적으로 성급한 최악의 제안이 되어 버렸지만 실제 소비자 접점에서 실무자들이 이런 제안을 할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습니다. 먼저 아래 사례를 한번 확인해주세요.
2012년,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일부 언론에서 호평을 받았던 모 중소기업의 AS 커뮤니케이션 사례입니다. 해당 기업의 고객에 대한 철학과 자세, 그리고 먼저 고객를 케어하는 감성적 대처 방식이 기업의 진정성을 충분히 표현한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다른 기업들은 몰라서 못할까요? 실제 철학과 원칙이 없어서, 혹은 담당자의 생각과 자세가 비상식적이라서 실행을 못할 수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중요한 답은 위 해당 기업의 답변에 고스란히 녹여져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기가 모니터 액정을 손상시켜 유상수리까지 염두하고 있는 고객에게 무상수리를 할 수 있게 한 ‘저희 부서의 예산과 권한’이란 부분입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사례 또한 바로 실무자의 “예산과 권한” 문제가 중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대고객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조직 구성원들은 대부분 진정성과 투명성을 고려합니다. 이런 이슈가 있을때 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비상식적이야!’라고 생각하고 평가하지만 실제 구성원들이 그것을 몰라서 실행을 못하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여러 상황에 대해 대처 방식을 모르는 경우들도 있지만 본인이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예산과 권한’이 없으니 ‘회피와 애드립’이 난무하게 됩니다. 아니면 예산과 권한을 가진 책임자가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좀더 바람직하다고 보여집니다.
기업의 진정성과 투명성의 경우, 교과서나 종교 서적에게서 이야기 하는 정신적이고 교조적인 조언은 사실상 기본입니다. 일전에 말씀드렸던 위기 관리 과정 속에서 콘트롤 할 수 없는 변수와 결과에 따라 무조건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위기 관리를 진행하는 개인들에 대해선 합리적인 면책 기준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실질적인 기업의 진정성과 투명성이 표현될 수 있도록 ‘예산과 권한’이 부여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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