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위기관리는 애초에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여러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VIP가 위기 관리를 위한 핵심적인 정보를 공유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실무그룹중 누군가 나서서 “어떤 이유로 그러셨어요?”라고 물어 볼 수 있는 강심장도 없지만 그런 권한도 상황 또한 제공되지 않습니다. 더불어 위기가 촉발되었을 때 해당 VIP는 위기관리 대상임과 동시에 이 위기관리 결정권자가 될 수 밖에 없어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는 결과가 나오기 힘듭니다. “왜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나?”라고 생각하는 결과는 대부분 필연적입니다.
이번 대한항공 조현민 이슈 또한 같은 맥락에서 보면 결과는 예측 가능합니다. 다만 변화된 환경 속에서 또 다른 어려움은 무엇인지, 반면교사 포인트는 있는지 반추해서 또 다른 인사이트를 얻어보고자 합니다.
과거 유사사례보다 빠른 원점 관리 시도, 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확산은 부담
초기에는 빠르게 페이스북 사과문을 게재하고 핵심 이해관계자인 광고 팀장에서 문자를 보내는 등 상당히 기민하게 움직였습니다. 과거 대한항공 조현아 이슈에서 갑질 논란의 파급력과 원점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한 경험 때문으로 보입니다. 해당 이슈가 실제 발생된 시점으로 부터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던 것도 이전 대한항공 사례와는 달랐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언론을 통해 최초 빠르게 공개된 페이스북 사과문이 친구 공개로 범위를 한정한 글이자 대한항공 측에서 제공해준 화면 캡처본인데 모든 언론사가 동일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사과문을 페이스북 극히 일부 친구들에게만 공개했다고 볼 수 있으며 나아가 캡처본 외 실제 사과문은 페이스북에서 볼 수 없어 사과문을 올리고 캡처한 후 다시 내렸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번 페이스북 사과문은 사과 행위보다 ‘공개’에 더 큰 목적이 있습니다. 핵심이해자와의 문자 또한 사과를 위한 과정보다 서로 사과에 합의 됐다는 ‘공개’의 목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해관계자 사과에 대한 문자 공개는 과거 대한항공 이슈에서도 시도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원점 관리 측면에서 대중에게, 핵심 이해관계자에게 사과를 하고 합의를 했다는 행위 자체와 함께 중요한 것은 빠르게 이를 ‘공개’하는 것입니다. 원점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대부분 오픈된 커뮤니케이션이 아닙니다. 때문에 상황 변화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를 돕고 빠르게 설득할 수 있도록 공개되어야 합니다. 이번 사과문의 경우 공개한 페이스북 채널(뉴 미디어)을 통해 해당 사과문 원본 링크가 확산되고 사과문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등록되는 것은 통제하고 사과문 내용은 언론(기존 미디어)을 통해 확산시키는 영리한(?) 일종의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여전한 블라인드의 영향력, 습관화된 캡처 문화가 이슈를 촉발
대한항공과 블라인드와의 악연(?)은 과거 회항 이슈에 이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이슈 또한 최초 해당 광고대행사 직원의 블라인드 내부 고발 글로 형태로 시작되었습니다. 해당 글은 빠르게 삭제했다고 알려졌지만 이미 캡처 내용이 지라시와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고 언론에 기사화되며 이슈가 촉발됩니다.
마케팅, 항공사 산업군 블라인드의 경우 평소에도 정보 공유가 상당히 많은 편이어서 이슈의 성격에 따라 아직 블라인드의 영향력은 여전합니다. 그리고 온라인에 민감한 콘텐츠가 등장하면 아무리 빨리 삭제하더라도 캡처 행위가 일상화 된 지금 상황에선 100% 확산 억제는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통제불가능 합니다.
법적인 부분이 더 강조된 초기 메시지로 인한 대중들과의 간극
“얼굴에 물은 뿌리지 않았습니다. 바닥에 뿌렸습니다.”, “물을 뿌린 일이 없습니다. 밀쳤습니다.” 형태의 메시지는 초기 대한항공과 조현민 전무의 핵심메시지 입니다.
물론 법적으로 폭행죄를 피하고자 하는 목적이지만 반복적으로 드러난 갑질 행위 자체에 집중하고 있는 대중들에게 위 메세지는 도긴개긴으로 보입니다. 해당 메시지는 경찰 조사에서 집중해야할 메시지로 보여지며 대중들과의 접점에선 (사실이라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가 더 적절해 보입니다.
VIP와 내부 이해관계자와의 대립구도는 최악
이번 이슈는 14일 오마이뉴스가 단독 보도한 조현민 전무 욕설 음성파일이 조회수 300만명을 넘으며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증폭됩니다. 해당 음성 자체가 워낙 자극적이고 이번 행위가 지속적으로 반복된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블라인드 등 익명 채널 중심으로 직원들의 제보가 증가하고 있하면서 곧장 내부 이해관계자와 대립하는 구도가 되었습니다.
대한항공 VIP 이슈가 다른 기업 VIP와 다른 점은 내부이해관계자와의 대립구도가 두드러진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그들이 우군이 되고 지지를 해도 어려운 마당에 직원들과 대립구도가 길어지면 기업의 부정적 이미지는 길어지고 강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VIP 위기 관리에게 가장 케어 받아야할 그룹이 내부 이해관계자 즉 우리 구성원들입니다.
VIP 위기가 최초 ‘발생’ 후 추가 이슈들이 ‘발견’되는 증상 지속
갑질 행위가 알려진 이후 직원들의 추가 제보들은 대부분 조현민 본인 이슈 외 한진 오너家 과거 이슈입니다. 이중 탈세 의혹과 미국 국적 이슈 경우 갑질 이슈와 다른 불법 논란으로 확대될 가능성 있어 현재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최근에는 VIP 이슈가 발생할 경우 해당 VIP 외 직계 및 기업의 과거 이슈까지 발굴되고 회자되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초 원점 관리 이후 대응과 커뮤니케이션 타이밍을 결정할 때 추가로 발견되고 확산될 수 있는 이슈에 대한 분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많은 부분은 예측 불가능하지만 전혀 이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대응하다가 성급한 대응, 혹은 늦은 대응으로 평가받고 오히려 악화되는 것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VIP의 SNS 계정은 사적 계정이 아닌 공적 계정
조현민 전무는 과거에도 SNS를 활발히 사용해 왔습니다. 그리고 SNS 관련 설왕설래들이 많았습니다. 이번에는 예정되어 있던 휴가 일정에 따라 개인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게재했지만 이슈와 연관되어 대중들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특히 대중들은 이번 논란이 있은 후 도피하고 조롱하는 듯한 휴가 인증샷을 게재한 것으로 오해하고 비난을 했습니다. 조현민 싸이월드 계정은 이번 위기가 촉발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계정 공개되어 있어 일 과거 사적 콘텐츠들이 무분별하게 통제되지 않고 확산되기도 했습니다. (현재 사이월드 계정은 중지되었습니다.)
VIP 언행 하나하나는 기업과 동일시 되는 기업의 이미지이기 때문에 VIP의 SNS 사용은 반드시 공적 채널로 관리되어야 합니다.
“좋은(올바른)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기업 VIP, 셀럽에게 전달해 드리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 중 항상 첫 번째 위치하는 문장입니다.
이는 완전히 오픈된 커뮤니케이션 환경, 일명 ‘누드 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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