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사과문은 대문호 괴테가 써도 실패한다 – 배구선수 이재영 이다영 학폭 이슈 사례

 

피해자 또 가슴 치게 했다, 이다영 사과문의 6가지 잘못 (조선일보, 2021.02.17 03:21)

https://www.chosun.com/culture-life/2021/02/17/3GPZFKY6WFGG5H534S6IYXSGGI/?fbclid=IwAR0QBEyIkd2bl22GcRl5OokSeX2w27xqqiyM9P7MOmNrixbpDg2yttZ_hAA

배구 선수 이재영·이다영의 학폭 사건에 대한 사과를 다룬 위 기사의 조언들이 틀리진 않았지만 필드에서 강조하는 사과에 대한 좀 더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 첨언해 봅니다.  

1. “피해자에게 구체적으로 사과하라. 구체적으로 뭘 잘못했는지 밝혀야 하는데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이 말은 사과의 이유를 너무 범용적인 표현으로 기술하면 ‘진정성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강조하는 포인트입니다. 과거 소녀시대 티파티가 욱일기 이슈로 사과했던 문장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티파니 사과문 참고 기사 : https://www.sedaily.com/NewsVIew/1L05VSQZCP 

사과문에 당시 상황을 적나라하고 상세하게 묘사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이번 경우 만약 사실적인 묘사를 구체적으로 했다면 더 큰 이슈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2.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한 후 사과하라. 피해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미안함이 그 안에 담겨 있어야 전달된다” 

이 말은 틀리지 않았지만 배고프면 밥을 먹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와 비슷한 논리입니다. 핵심은 ‘피해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미안함이 담겨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피해자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정말 뜬금없고 상식과 윤리에 어긋나는 표현이 아니면 원칙이나 정답이 있을 수 없습니다. 

3. “SNS는 사과 창구로 부적절하다”

과거 유명인 이슈의 사과 창구는 언론보도자료 배포와 기자회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기존 언론을 통한 방식은 ‘우리 메시지를 우리가 콘트를 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SNS 창구를 통해 우리 메시지를 가감없이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필요할 때에는 SNS 창구를 통한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더 낫습니다. 

4. “피해자분들께서 양해해주신다면 직접 찾아뵈어 사과드리겠다는 표현도 잘못됐다. 어떤 전제나 조건을 달면 안 된다” 

전제와 조건을 제시하지 마란 원칙은 ‘만약 OOO하다면 사과하겠다’등의 조건부 사과를 권장하지 않는다라는 권고입니다. 이번 사과문에서 이 문장은 조건부 사과가 아니라 오히려 직접 찾아가서 사과하기 전 양해를 구하는 방식에 가깝다고 보입니다. 피해자가 양해해 주지 않는데 가해자가 무턱대고 찾아가서 사과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더 큰 실례가 되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확한 사안의 경우 사과는 공개 사과보다 피해자(원점)와의 사과와 원만한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입니다. 

그것만 진행되었다면 구체성, 공감, 창구, 전제 등을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과는 피해자에게 먼저 사과하는 ‘사과의 우선순위와 순서’가 훨씬 중요하며 나머지는 오히려 기술적이고 부차적인 것일 수 있습니다. (이번 사안은 피해자가 먼저 공개 사과를 보고 사과 수용을 판단하겠다라고 했다는 기사들도 있는 것으로 보아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공개 사과를 먼저 선택한 면도 없지않아 있어 보입니다.) 

여러번 말씀드렸지만 ‘가장 좋은 사과는 사과하지 않을 일을 하는 것’이고 ‘잘 쓴 사과문을 보기 힘든 이유는 사과문을 잘 쓸 것 같은 사람들은 사과할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사과할 일이 생겼다면 가장 먼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원만히 합의를 보는 것이 최우선 입니다. 피해자에게 먼저 사과하지 않고 피해자가 수긍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세계적 대문호인 괴테나 헤밍웨이가 사과문을 써도 실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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