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1일 KBS 내부 구성원이 블라인드에 올린 “능력 되시고 기회 되시면 우리 사우님 되세요”란 글은 KBS의 오랜 숙원이었던 수신료 인상 움직임에 제동을 걸만한 부정적 이슈로 확대된 바 있습니다. 어제 3월 3일에는 최근 ‘LH 직원들의 내부 정보 활용 부동산 투기 의혹’ 이슈에 대해 “LH 직원이라고 투자 말란 법 있냐”라는 블라인드 글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사소하다 볼 수 있는 블라인드 내 개인 의견 하나가 기업 위기로 승화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에 기업과 기업 구성원들이 이슈 관리 측면에서 블라인드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 판단되어 세 가지 포인트를 정리했습니다.
침고 기사 1: “억대 연봉 부러우면 우리 사우 되세요~”…KBS 직원 익명 글에 네티즌 ‘분노’ (매일신문 / 2021-02-01)
참고기사 2 : “LH직원이라고 투자 말란 법 있냐” 블라인드 시끌 (국민일보 / 2021-03-04 09:50)
1. 블라인드 채널은 기업과 조직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 공간입니다. (라떼는 말이야로 지칭되는) 과거에는 기업에 대한 불만을 퇴근 후 을지로 뒷골목에서 소주 먹으며 공유하고 배출하고 공감했던 시대에서 이젠 모바일 툴을 통해 과거와 유사한 주제를 공유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를 가져온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커뮤니케이션 주제는 유사하지만 익명성 보장과 개인 글이 언제든지 공개되고 확산될 수 있다는 외부 환경 변화입니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제약할 순 없으나 그 자유로 인해 회사나 동료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각성과 교육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실제 여러 기업의 위기관리 관련 컨설팅과 블라인드 위기 발생 시 자문을 하면서 당사자들과 이해관계자들을 만나보면 “글 하나로 인해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라는 말을 공통적으로 합니다. 변화된 미디어 환경을 모르고 단순한 의견과 불만 제기라고 사소하게 생각하는 구성원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최소한 모르고 위기를 만드는 상황은 미연에 방지해야 합니다.
2. 블라인드 내 이야기 주제는 주로 급여, 성과급, 조직개편, 상하 소통 이슈, 회사 문화 등에 대한 문제 제기와 반응이 공통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팀별로 보면 인사팀에 대한 불만이 많이 표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말씀을 드리면 조회 수나 댓글 수가 많은 글들은 조직개편, 성과급 등 모든 구성원들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민감한 이슈이며 좋아요 수가 많은 글들은 회사 분위기나 소통, 회사 문화 등에 대한 이슈 제시에 공감을 표하는 형태가 일반적입니다.
이러한 블라인드 채널 내 대부분 의견은 내부 경영층 및 관리 그룹의 전반적인 입장이 확립된 상태에서 실행 안과 커뮤니케이션 메시지가 나올 수 있는 기업 원칙과 문화 전반의 이슈가 많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런 주제들은 기본적으로 기업 차원에서 즉각 개선하거나 공식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이슈들입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개선하고 변화해야 할 주제들이 있다면 수렴하고 실행해야할 이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기업 입장에서 블라인드는 즉각 대응하거나 대응할 수 있는 툴이 아니라 ‘리스닝 툴’(Listening Tool)이라고 항상 강조 드리고 있습니다. 블라인드 채널을 통한 공식 개입은 개선과 소통의 목적을 달성하기 보다 오히려 감시받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해당 이슈에 대한 관심도만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기업이 구성원 중 이슈를 제기한 글쓴이를 색출해 징계하려는 대응은 최악의 대응이 될 수 있습니다. 만에 하나 대응 커뮤니케이션이 꼭 필요한 이슈다 판단된다면 블라인드 채널 밖에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낫습니다.
3. 유사 사례가 발생하면 반면교사를 위한 내부 공유를 활발히 진행해야 합니다. 다른 기업과 조직의 사례를 통해 유사 사례가 우리도 발생할 수 있다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다른 기업의 사례는 우리 기업에도 동일하게 일어난다는 일종의 경고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내부의 상식이 외부에서는 몰상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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