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친구와 일본 여행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손님에게 배꼽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 짧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난 마음에도 없는 저런 형식적인 말과 행동이 참 맘에 안 들어”
“마음에 없는지 있는지 우리가 어떻게 아냐? 그럼 너를 처음 보는데 몇 초 만에 감사와 사랑이 마음속에 피어나서 감사하고 사랑한다 말을 해야 해? 처음 봤지만 손님에게 배꼽인사하면서 감사하다 사랑한다 오히려 마음에 없는 말을 하는 것이 더 힘들다는 거 몰라?”
최근 가해자, 피해자로 나눠지는 각종 사회적 이슈 관련 오가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전문가와 비전문가, 언론과 일반 대중들의 평가에도 이와 유사한 반응들을 많이 봅니다. ‘진정성’이 있다 없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 ‘진정성’이란 단어는 authenticity을 진정성이라는 단어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authenticity는 ‘진짜 같은’ 이란 의미이지만 현실에선 sincerity (성실, 정직)의 의미로 많이 통용되고 있죠.
사실 진정성이 있다 없다는 신이 아닌 이상, 사람의 마음을 바로바로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지 않는 이상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위기관리 영역에서도 개인과 기업의 진정성 유무는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실제 이해관계자들 간 첨예한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현장에서 최대한 빠르고 안전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해 더 중요한 핵심은 ‘진정성의 표현’이어야 합니다. 위기 발생 이후 진성성의 유무는 기본 전제이어야 하는 영역이지 더 이상 논쟁의 영역이 아닙니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는 성직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학자도 아닙니다.
그래서 위기관리 컨설턴트로서 제가 진정성을 해석할 땐
“진정성은 애초에 말로 설명할 수 있어도 말로 증명할 수 없다”
라고 이야기 합니다.
일반적으로 이슈 관련 당사자의 커뮤니케이션을 보고 이해관계자와 다수의 대중들이 “진정성을 봤다”, “진정성을 느꼈다”라고 할 때는 당사자의 말과 글 행동에서
평소 혹은 이 세상에서 없던 것과 다른 것
힘들고 어려운 것
관행이 아닌 생각하지 못했던 것
당사자 및 대중의 요구, 기준보다 높은 것
자신이 희생하고 손해 보는 것
그리고 일정 시간 이상 일관된 것
의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녹여져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보고 들었을 때입니다.
이것을 현실적으로 고민할 때 저희는 ‘전략’ 혹은 ‘전략의 일종’이라 부릅니다.
정말 위기관리에서 진정성이 필요하시다면 성직자가 이야기하는 교조적 의미, 학자가 이야기하는 이론적 의미를 포함하고 넘어서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찾아야 합니다.
[유사 글] 사과문은 대문호 괴테가 써도 실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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