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임원들이 국내 자동차중 기아자동차의 고급차인 오피러스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단행한 삼성 그룹의 임원 인사에서 신규 승진한 임원 247명 중 199명이 회사명의로 신차를 구입했으며, 이중 56%(111명)기 오피러스를 선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은 올해 신규 승진 임원들을 대상으로 ▦기아차 오피러스 ▦현대차 그랜저와 제네시스 ▦르노삼성 SM 7 ▦쌍용차 체어맨 ▦GM대우 베리타스 중에서 택일하도록 했다.
오피러스에 이어 59명(30%)은 현대차 그랜저와 제네시스를 구입했고 18명(9%)은 르노삼성의 SM 7을, 11명(5%)이 쌍용차의 체어맨을 선택했다.한국일보 02월 10일, A17면 경제
『삼성 새 임원 56% “오피러스 타겠다”』 기사 중 일부
어제 오후에 기아자동차에서 배포한 보도자료가 많은 일간지들에 게재되었습니다. 국내에서 메이저 광고주라 할 수 있는 현대-기아 자동차 그룹 계열의 파워도 있겠지만, 내용을 보면 소비자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이슈에 신뢰성을 더한 data 자료까지 보태어져 열심히 pitching했던 담당자들은 보람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 그룹인 삼성과 현대-기아 자동차 그룹이 서로 상생하는 듯한 저 기사는 만약 삼성그룹이 자동차 비지니스를 계속 영위했었다면?… 아마 모르긴 해도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기사였을 겁니다. 특정 소신, 혹은 사정이 있거나 아님 회사에 사표 내어놓고 다니는 임원이 아니라면 삼성자동차를 타고 다녔겠지요.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大(?) 현대-기아 자동차 그룹이 삼성그룹은 신뢰성 있는 이미지이고 이 그룹의 임원은 고급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 세터(TrendSetter)라고 강조하는 톤 앤 매너(Tone and Manner)의 PR기사를 생산한다는 발상이 두 그룹이 첨예하게 경쟁하고 있는 타 계열사 직원들이 본다면 탐탐치 않을 수도 있는 내용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현대그룹에서 자동차·전자·중공업 등 주력 사업부문이 독립하면서 그룹들이 분리되었지만 현대그룹 一家의 이미지는 여전하기에…)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기사가 맘에 드는 것은 저의 아픈 기억 때문입니다. 과거 D그룹에 있을 때 바로 어림 반 푼어치도 없이 여러 기획들이 주요 임원분들께 거절당했던 경험이 생각납니다.
“이번 A자동차와 공동 마케팅을 해 보았으면 합니다.”
”너 정신 있냐? 우리 OO모터스에서 OO수입하는데 무슨 생각으로…”
“빈O 패션 브랜드와 함께 패션쇼를 진행하고 묶음으로 PR기사를 공동 배포하면 어떨까요?”
”너 회사 그만둘래? 우린 폴O 말고 빈O 입어도 짤리는 판국에 나까지 그만두게 할텨?”
”너 회사 그만둘래? 우린 폴O 말고 빈O 입어도 짤리는 판국에 나까지 그만두게 할텨?”
……
그룹 내부 인트라넷에는 로그인한 사내 임직원만 이용할 수 있는 게시판이 있는데 작년쯤 어느 사우가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었습니다.
“오늘 출근하면서 빈O 가방을 들고 오신 분을 봤어요. 도대체 제정신인지 모르겠더라구요. 애사심이 계속 없어지는 것 같은데 정말 이제부터라도 우리 그룹 제품을 사랑합시다!”
그곳에 다음과 같이 제가 답변을 올렸습니다.
“애사심의 정의가 잘못된 것 같아요. 제품 선택의 자유까지 박탈당하는 애사심이 회사 내에서 공인된다면 정말 끔직한 상황들이 발생할겁니다.”
이후 대다수의 직원들과 첨예하게 대립하게 되었고 또…여전히 “같은 조직원인 것이 정말 부끄럽다.”,“지금 회사 당장 그만두라”는 잔잔한 충고부터 각종 현란한 숫자와 은밀한 부분의 단어들이 혼합된 문장에 가슴 아파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_^
……
사실 애사심을 우리 회사 제품만 써야 하는 것이라면 소인도 당연 상위권에 들었을 것 같습니다. 회사 일찍 와서 늦게 가기로 애사심을 측정했다면 아마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수도… 우리 회사의 제품을 사랑하는 것과 꼭, 암묵적인 사규처럼 구매해야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지요. 그렇게 따지면 집은 위O 아파트에 살아야 하고 김치는 종가O만 먹어야 하고 자동차는 혼O만 타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오히려 과거 S그룹에서는 경쟁사의 제품 사용을 권장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직원들이 경쟁사의 제품에서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여 자사의 제품 개발에 오히려 보탬이 되곤 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기업은 특정 브랜드의 동호회가 아니지요. 기업에 고용된 직원, 특히 마케터들은 그 기업의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알리고 판매하는 사람이지 그 제품만을 소비해야 하는 소비자가 아닙니다. 소비자는 그 브랜드가 맘에 들지 않을 경우 그만 안 사버리고 다른 제품을 사버리면 되지만 직원들은 경쟁제품과 비교하면서 따뜻한 충고를 해 줄 수 있는 것이 오히려 애사심이라 이 연사 강조해 봅니다…
열린 사고와 열린 마음 없는 편협한 마케팅은 뻥입니다.
꼬리말…
더 큰 틀에서… 현대-기아 자동차 그룹은 국민에게 더 좋은 제품을 더 합리적인 가격과 서비스로 제공해야 할 빚이 있습니다. 한미 FTA를 통해 미국 자동차가 개방된다고 해도 제 소견에는 우리나라 국민들 크게 동요 안 할겁니다. 미국 자동차를 거의 쓰레기 취급하는 분위기이고, 그 만큼 눈이 높아 졌다는 말이고, 현대-기아 자동차의 품질이 향상되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위치에 오기까지 국민의 전폭적인 현대에 대한 애사심(?)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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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애사심까지는 좋은데…그걸 빌미로 전혀 개선을 안하고 심지어는 애사심을 가지고 사주는 직원들을 우습게 보니 그게 문제지요. 잡은 물고기에 밥안주는 식으로…
잡은 물고기에 밥 안주는 식으로…이거 정확하신 표현인 듯 합니다. 🙂
직원이자 고객인데…근데 가끔 보면 직원들 사이에도 스톡홀름 신드롬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잡힌 물고기들이 낚시꾼을 옹호하면서 감화되고…최선방에서 싸우는 모습을 볼때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