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방영되었던 MBC 다큐멘터리 “최민수, 죄민수… 그리고 소문” 은 많은 분들이 보고 여러 느낀 점이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저도 한번 꼭 봐야 할 것 같아서 컴퓨터 동영상으로 본 후 PR, 광고 등 마케팅 관련 insight를 정리해봅니다.
소문에서 본 사회적 증거의 법칙
어떻게 이런 소문은 대중들에게 빨리 확산되고 재생산되었을까요? 이것을 마케팅에 적용시키면 소비자와 성공적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이런 관점에서, 우선 소문의 전파 과정을 통해 어떻게, 왜 그 소문에 많은 사람들이 “설득을 당했는지” 확인하다 보면, 최초 생산자에 의해 초기 유포자가 설득을 당하고 이후 유포자가 제3의 인물을 또 다른 유포자로 설득시키는 과정들 속에 잘 알고 있는 설득의 법칙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사회적 증거의 법칙』이었습니다.
모두 비슷하게 생각할 때에는 아무도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월터 리프만
이 말은 『설득의 심리학』-사회적 증거의 법칙 chapter 표지에 나오는 말 입니다. 이 법칙은 EBS에서 얼마 전 방영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인간의 두 얼굴, 상황의 힘”과 맥을 같이 합니다. 사회적 증거의 양 날개인 불확실성과 유사성의 조건이 모두 충족되었을 때 사람들은 [footnote]어떤 문제에 대해 소수의 의견을 다수의 의견일 것이라고 잘못 인지하거나 또는 다수의 의견을 소수의 의견일 것이라고 잘못 인지하는 것을 나타내는 사회 심리학적 용어. 다원적 무지의 개념은 급격한 사회적 변동, 특히 사회 내에서 다수집단이 갑자기 보수화되는 경향을 설명하기 위해 1920년대에 플로이드 알포트 등의 사회심리학자들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다.[/footnote]다수의 무지(pluralistic ignorance) 현상을 야기시키며 무의식적인 설득을 당하게 되죠. 다수의 의견이 善이 되어 일정 수준만 넘어가면 소문은 진실이 되어 버립니다. 마케팅 활동을 통해 소비자들의 반응이 이와 같다면…당연히 대박이겠지요.
마케팅 활동의 변화
마케팅의 다양한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우호적인 정보를 생산하고 확대시켜 긍정적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시키는 일이며, 이런 소비자와 일련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광고로 진행할 수도 있고 PR로 진행할 수도 있고, 또는 공익적 사회환원, 협찬, 프로모션으로도 가능한 일입니다.
이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브랜드나 제품이 여러 가지 이슈를 만들거나 기존의 인식을 배격하며 최초 기획했던 이미지로 원하는 곳에 안착하기 위한 시도들이 전개되는데 이것이 “포지셔닝”입니다. 이 포지셔닝의 과정을 단순히 말하자면 최초 이미지→인상→선입견,편견인데요. 즉, 브랜드가 원하는, 광고주가 원하는 이미지를 여러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소비자에게 주입시켜 시장에서 편견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당연히 긍정적 편견이어야 하겠죠.)
과거엔 이런 활동들이 전적으로 광고에 의존했었습니다. 광고가 제일 영향력이 컸고 별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일방적으로 광고나 브랜드 정보를 수용하기만 했던 소비자들이 그에 대한 반응을 배출해 낼 수 있는 인터넷과 같은 도구들이 생겨났고, 그에 따라 마케팅 패턴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에 소비자들 사이에 소문이나 불평들이 없었던 것이 아니지만 이것이 확대될만한 도구가 없었던 것이지요.
이에 따라 부정적인 소문의 확산에 기업이나 브랜드가 울고 웃는 현상들이 발생하고 또한 소비자들에게 긍정적 편견을 확산시키는데 소문이 확산되는 기법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대중들 사이에 이슈화되면서 초기 인지도를 급상승시키기 위해 부정적 소문을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까지 유행하고 있습니다. (주식으로 치면 브랜드나 제품을 단타로 치고 빠지겠다는 생각인데 개인적으론 부정적이네요…)
소문 때문에 기업의 주가가 영향을 받는 일도 비일비재 합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마케팅 활동에서 기업의 투명성이 중요한 요소로 강조되고, 또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Crisis Communication)의 중요성도 새롭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Crisis Communication는 Communications Korea 정용민 부사장님이 이미 업계에 많은 도움을 주시고 있습니다. )
이런 극단적 선전·선동은 다 옛날 얘기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시대가 달라졌고 대중의 의식수준은 높아졌다. 함부로 속이다간 큰 코 다친다.
그래서 현대에 강조되는 것이 홍보다. 또는 영어로 PR(퍼블릭 릴레이션스)라고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홍보가 무엇을 널리 알리는 차원을 넘어 여론조작으로 변질되는 경우다. 특히 정부가 저지르는 여론조작은 현대판 선전·선동이 될 개연성을 안고 있다. 그 좋은 예가 나왔다. 국토해양부가 제작한 ‘4대강 살리기’ 홍보 동영상이 허위사실을 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향신문, 2009년 02월 06일자, 30면 오피니언
『홍보와 여론조작』 중 일부
마케팅에서 홍보를 통한 긍정적 여론 형성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다고 해도 허위사실을 만들어 배포한다면 소비자들이 결코 용서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계속 용인될 경우 본인이 속고 있는지도 모른채 지갑에서 돈이 계속 빠져나가게 됩니다.
실제 적용 사례들
영화 마케팅을 보면 이런 현상들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우리나라에서 천만명 이상 한 영화를 봤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현상” 이기도 합니다.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증거일 수도 있구요. 하여간 “몇 백만명 돌파” 이런 구호들이 위에 설명 드린 전략에 해당 될 수 있습니다.
혹은 이를 반대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고급 브랜드임을 강조하거나 대중적인 제품이 아닌 상류층을 상대로 VIP 마케팅을 전개할 때 쓰는 전략입니다.
쌍용자동차는 고급 SUV 차량임을 강조하기 위해 대한민국 1%라는 핵심 메시지를 “렉스턴” 출시 초기부터 지금까지 계속적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우리가 목숨걸고 시장 M/S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에도 사실 위와 같은 법칙이 숨겨져 있습니다. 또한 어떤 브랜드가 이벤트나 공모전을 기획한다면 초기에 어느 정도 응모자까지는 섭외해서 기획단에 넣어놓아야 합니다. 몇 일 동안 아무도 응모하지 않는 이벤트보다 시작하자마자 북적거린다면 상황은 달라 지겠지요? 일종의 바람잡이…
실제 대통령 선거 등에도 이런 법칙들이 적용되곤 합니다.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면 여론조사에서 유리하게 판명된 후보에게 부동표가 몰리는 밴드왜건(bandwagon) 효과가 바로 그것입니다. 반대로 열세인 후보에 동정표가 쏠리는 언더독(Underdog) 효과도 있긴 합니다.
언론의 중요성
여기서 MBC 다큐는 중요한 것을 배제하고는 이야기를 전개했는데, 이 소문의 “생산”과 “확대”, “누락”, “가공”, “재생산”, “전파”… 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언론』에 대한 진단은 없었다는 생각입니다. 소문의 생산과 전파에 일반인들이 관련된 것은 사실 우연희氏 사례이며 그 외 소개된 대부분의 사례는 언론에 의해 생산되고 공개된 후 확산일로를 걸었던 사안들입니다. 자성의 목소리도 포함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일반인의 소문은 주관적이지만 언론을 통한다면 객관적이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램을 보고…
1. 이번 MBC 다큐에선 소문은 모두 거짓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소문은 진실과 거짓이 판명되지 않은 채, 혹은 진실과 거짓의 규명을 배재한 채 개인 혹은 특정 기업, 단체, 기관 등의 가치에 따라 전달, 혹은 확대, 누락, 가공되어 재생산되며 확산되는 정보입니다. (송선생 개인적인 정의이므로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2. 나쁜 소문이 좋은 소문보다 빨리 확산된다고 했지만 정보의 공공성에 따라 좋은 소문 또한 빠르게 확산 될 수 있습니다. 즉, 이 프로그램에서 이야기 했던 것 처럼 그것이 일반화된 공식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2002 월드컵때 독일 선수들의 약물복용으로 인해 우리가 결승전에 올라가기로 했다는 소문 들어보셨죠? 휴대폰, 메신저를 통해 엄청난 속도로 전파되었고 라디오 생방송에까지 소개되어 곤혹을 당한 연예인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긍정적 소문도 시대의 상황과 공공의 가치에 따라 충분히 엄청난 속도로 확산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또 다른 예로 『혹스(Hoax)바이러스』라는 것이 있는데요…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바이러스를 조심하라”는 내용의 장난 메시지임에도 불구하고 선의의 행위를 유발시키며 엄청난 거짓 정보를 정성껏 퍼 나르게 됩니다. 또한 동정심을 유발시켜 돈을 입금시키게 하는 정보 라던지 수혈을 급하게 요청하는 소문, 과거 행운의 편지가 이에 해당됩니다. 네티즌들의 손가락에 의해 수동으로 끊임없이 작동되는 바이러스 같지 않은 바이러스지요.
3. 곽금주 교수가 진행했던 소문 확산 실험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닌 외국인들이 피실험자가 되었다고 해도 실험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류의 소문 전파는 거의 환경에 따라 습득된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라 생각합니다. 중간 정신과 의사 분들이 완곡하게 말씀하셨지만, 한 언어권이고 작은 나라고 이슈가 굉장히 빨리 바뀌고, 인터넷의 발전되어 있다는 합리적이고도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하고도 “우리나라 사람들…이래서 안돼” 식의 풍토라고 치부하고 빠져버리면 정말 될 일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4. “공룡의 땅”으로 다시 얻은 MBC 다큐의 명성을 홀라당 다 까먹은… 우연희씨 사례와 곽금주 교수님 실험을 제외하면 사실 최민수 인간극장을 보고 있는 것인지 최민수 출연의 무릎팍 도사를 보고 있는 것인지 구분되지 않았습니다.
5. 우리는 여기서 소문이 생성되는 과정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소문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어찌 전파되는지 논리적인 접근도 상당히 효과가 있지만 근절(?)되지 않는 악의적인 소문에 대한 개인과 기업의 대처 방법이 소개될 때 오히려 더 소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지 않나 생각되네요.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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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프로그램은 서울대학교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일면 보여준 점도 없지 않지요. 비교 기준들이 잘 못됬고…:) 아무튼 소문 또는 루머라는 이슈는 Crisis Communication에 있어서 가장 골치 아픈 주제임에 틀림없습니다. 좀더 공부를 해야겠어요. 저 스스로… Thanks.
전 솔직히 정부사장님을 알고 정부사장님 블로그를 알기 전까진 Crisis Communication의 개념이 굉장히 희박했습니다. 정말 오프라인에서 술 먹고 네트워크 관리 잘하는 것만이 Crisis Communication의 모든 것으로 잘 못 알고 지내온 케이스 중 하나입니다. 지금 그나마 입과 손이 살아 있다고 주절댈 수 있는 것에 너무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정말로…
저도 위기 대응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나 마찬가지지만 나쁜 소문은 순식간에 퍼지고 루머는 특성상 루머라는 것을 전제하고서도 계속적으로 확대 재생산되더군요. 최진실 사건만 봐도 연예인들에게는 치명적이져..마치 암세포같아요. 요즘 같은 시대에는 루머를 방치하지 말고 맞서서 뿌리를 뽑는것이 상책인것 같습니다.
“루머를 방치하지 말고 맞서서 뿌리를 뽑는것이 상책인것 같습니다.” →소인도 공감합니다. 좋은게 좋다고 그냥 침묵하거나 넘어가는 경우들이 많은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 그런 경우들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우울증이 사회문제와 되기 전에는 사실 우울증이 병인지도 몰랐던 경우들이 많았고 그에 대한 대처 및 치료 방안들이 공론화 되고 알려지면서 조금씩 개선되는 것 처럼 말이죠. 포스팅한 내용에도 있지만 소문의 특성에 대해서는 파악 된 듯 하고 그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소개나 교육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공감합니다 송선생님. 그 다큐멘터리를 보진 못했는데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가는 것같더군요. 최민수씨에 대한 동정론도 힘을 얻고 있는 것같고..
그리고 송선생님의 뜨거운 코멘트 반영해서 이벤트 체크리스트 세 번째 버전 만들어 보았어요. 또 한번 뜨거운 코멘트 부탁드려도 될지요 🙂
블로그 소개를 보니 홍보회사에 계신것 같아요.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사실 그 회사 테두리에 지인이 있긴 한데…:) 여론이라는 것이 가끔 재미있지 않나요? 민수 행님을 살인마로 우루루 묘사했다가 다큐 한방에 잘못했다는 고백성사가 주루룩 이어지니 말이죠. 꼰조가 있어야지…^^;
사실 어떤 정보의 Fact에만 몰두해 보면 이 정보가 소문이나 루머까지 잘 발전되지 않는데 문제는 상대방의 외부적인 요인(말투, 행위 등)에 따른 “본인의 개인적 경험이나 추측”들이 Fact에 가미되면서 재생산되는 정보가 문제입니다. 카더라 통신말이죠… 민수 행님건의 경우도 사건 처음부터 지금까지 Fact는 변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일반인들이 그것이 Fact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에 그것을 파악할 수 있는 언론들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며 전달하는 과정에 추측과 과장들이 포함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 입니다. 저널리즘의 본질 중 하나가 “정확한 사실 관계와 정제된 시각”이라는 것을 더 말하지 않터라도 말이죠.
체크리스트는 제가 도움이 될 지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볼께요…(저보다 주위에 계신 분들이 휠씬 선수일텐데…)
네 피알원 미디컴이라는 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홍보일을 한지 이제 6개월된 꿈나무라 만나는 이마다 스승입니다 🙂
말씀하신 것처럼 여론이란 참 재미있고 얄궂은 속성이 있는 듯합니다. 최근 용산 철거민 참사에 대한 여론의 움직임도 그렇고.. 사실 ‘언론은 매우 객관적’이라는 선입견이 완전히 깨지지 않는 한 어느 정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듯하고요.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일단 줄이겠습니다^^;;
앞으로 종종 이야기 나누면 좋겠습니다 송선생님 🙂
과장님
옴총나
딴사람같애
이런 나 밑에서 버틴 당신도 만만치 않은 사람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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