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와인을 제대로 즐기려면 집에 와인셀러, 와인냉장고가 있어야 되나? 일정한 온도로 와인을 보관하는 것이 관건인 듯한데…
→ 요즘은 김치를 제대로 보관하며 먹으려면 김치냉장고가 최적입니다. 와인도 일정한 온도에다 적정한 습도로 보관되어야 하기 때문에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와인셀러에 보관하시는 것이 최적입니다.
(※ 사실 김치와 와인은 유사점이 많습니다. 둘 다 발효 식품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치냉장고가 없다고 김치를 제대로 먹을 수 없는 것이 아닌 것처럼 와인냉장고가 없더라도 온도는 섭씨 15도 내외, 습도는 70-80%정도 어둡고 조용하며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하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와인셀러를 구매하여 와인을 가득 채워 놓고 마시는 애호가가 아니라면, 혹은 와인 셀러와 다양한 와인을 진열용 또는 과시용으로 생각하는(?) 호사가가 아니라면, 와인을 즐기고 싶을 때마다 잘 보관하고 있는 shop에서 구매한 후 바로 드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수 있습니다.
행여 와인을 김치 냉장고에 보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추천하지 않습니다. 김치처럼 급격히 숙성되지 않을까요? ^^
2. 와인을 구매하여 10년 후 마셔도 되나? 예를 들어 2005년 빈티지 와인을 구입하여 2015년에 마신다면 맛이 더 좋아지나?
→ 와인에 대한 의문점 중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와인은 오래 둘 수록 좋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잘못된 상식입니다. 아마 오래된 와인들이 비싼 값에 팔리는 경우가 있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브랜드의 명성과 희귀성에 기인하는 것이며 그 맛은 먹어보기 전엔 며느리도 모를 만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물론 일부 고가의 와인인 경우 좀더 오래 보관한 후 먹으면 좋은 와인들이 있는데, 프랑스나 이태리 고급 와인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 중 좋은 빈티지(포도 작황이 좋은 생산 년도)의 와인은 더 오래 보관할 수 있습니다. (※ 이때는 최적의 보관상태로 유지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습니다. 그리고 “오래 보관”이라는 단어로 설명한 것은 독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풀어 쓴 것이며 사실 “숙성 기간이 더 필요한” 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긴 합니다.)
그럼 내가 구입한 와인을 언제까지 보관하여 먹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많이 생깁니다. 저의 개인적인 소견입니다만 이해하기 쉽게 말씀 드리면 가격과 매칭시키면 쉽게 답이 나옵니다. (※ 와인 가격에는 와인의 품질이 어느 정도 보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즉 1만원 와인은 1년 이내, 2만원 와인은 2년 이내, 3만원 와인은 3년 이내 드시는 것이 가장 좋으며, 5만원 이상의 와인은 5년 정도 보관이 가능하고, 10만원 이상의 고가 와인은 장기 숙성이 가능하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평균적인 수치로 쉽게 풀어 드린 것으로 무리가 없을 듯 합니다.)
3. 우리가 흔히 접하는 와인들도 디켄딩을 하면 맛이 좋아지나?
→ 먼저 “디켄팅(Decanting)”을 이해해야 할 듯 합니다. “디켄팅”이란 와인을 디켄터(Decanter)라는 용기에 옮기는 것을 말하며 이 과정에서 공기와 접촉하며 견고한 와인을 개화시켜 신맛과 떫은 맛 속에 단맛이 살며시 얼굴을 내밀고, 향긋한 향도 흘러나오게 됩니다. (※ 단순히 옮기는 절차는 “디켄팅”이라고 하고 그 이후 과정을 “브리딩(Breathing)”이라고 전문적으로 구분 하기도 합니다.)
또한 오래 숙성된 와인의 찌꺼기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도 있으며 레스토랑에서 손님을 즐겁게 하기 위한 서비스(Showing)의 역할도 일부 하고 있습니다.
즉 디켄팅이란 “와인을 깨어나게 하는 마법의 기술(?)” 이긴 하지만 고급 와인들 이외에 대다수 와인은 디켄팅이 필요 없으며 오히려 와인의 맛을 망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의 물방울의 여파로 인해 저도 목욕탕에서 명주실처럼 얇게 짜내는(?) 환상의 디켄팅 연습을 수없이 한 적이 있지만서도… 다 부질없는 일입니다.
첫 잔을 조금 마셔보고 디켄팅을 할 것인지 결정 하는 것이 좋으며 디켄터가 없을 경우는 마시기 1~2시간 전에 코르크를 오픈 하여 공기에 노출시켜 두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보실 수 있습니다.
와인은 흔히 생물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시시각각 다양한 맛과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흔히 접하는 와인들도 시간을 두시고 한잔씩 드셔보시면 다양한 맛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4. 와인글라스를 잡을 때는 와인글라스의 볼을 손으로 감싸고 잡으면 안 된다.
→ 사실 에티켓을 지켜야 하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그럴 지 모르나 꼭 그럴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보통 체온이 와인의 온도를 높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실제 와인글라스의 볼을 손으로 감싸서 음용한다고 해서 체온으로 인해 얼마나 급격한 온도 변화가 생길까요? 오히려 와인 잔을 손으로 감쌀 경우 지문 등이 묻어 설거지할 때 힘들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이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와인글라스의 볼을 잡으면 안되니 꼭 스템(와인잔의 다리)을 잡아야 하다느니 하는 논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와인자체 온도나 와인이 서빙 되는 곳의 온도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해외에서는 와인글라스의 볼을 잡고 먹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5. 병 밑바닥이 깊이 들어가 있는 와인일 수록 좋은 와인이다.
→ 병 밑바닥이 움푹 들어가 있는 부분을 펀트(Punt)라고 하는데 이것이 만들어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보통 오래 보관할수록 생기는 침전물(주석산염)이 쉽게 바닥에 떨어져 고이도록 만들어 놓았다고들 이야기 합니다. 또한 내부 압력에 더 잘 견딜 수 있고 떨어졌을 때 충격을 견디기 위한 이유라는 설도 있습니다.
밑바닥이 오목하게 들어가 부분, 즉 펀트(Punt)가 깊을 수록 혹은 병 무게가 무거울 수록 좋은 와인이다 라는 속설이 100% 사실이라면 세상에 좋은 와인 만들기는 너무 쉬운 것 아닐까요? 우리나라 와인 문화에는 선입견들이 많은데 이것 또한 그 중 하나임을 부인할 수 없겠죠.
6. 와인 맛은 글라스의 의해 좌우된다.
→ 정확히 말해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각종 와인 별로 글라스까지 따져서 마셔야 할 와인은 아주 많지 않습니다. (일부 와인 잔 브랜드에서 마케팅 아주 잘했다고 해야 할까요?)
적당한 크기의 글라스 한 두 개 정도만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시 말씀 드리면 대부분 대중적인, 일반적인 와인을 마시면서 그 와인가격보다 비싼 고급 와인 잔을 구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7. 와인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보아야 할 것은 빈티지이다.
→ 유럽 지역의 중고가 와인들을 제외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와인의 80%이상은 빈티지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중저가 칠레 와인이나 미국 와인들을 구매하면서 빈티지를 따지는 경우가 있는데 미국, 칠레, 호주 등은 기후가 일정하고 생산 시설이 좋기 때문에 품질의 수준도 일정합니다.
8. 까막 까치밥나무, 체리, 카시스, 베리 등 무슨 향인지 나는 모르겠는데…
→ 본 글을 보시는 분들 중 까막 까치밥 나무를 실제 본 적이 있는 분 있습니까? 카시스는 무슨 향인지 아시는지요? 실제 전문적인 소믈리에나 와인애호가가 아니면 경험하기 힘든 향들을 파악할 필요는 없으며 그것을 파악한 사람들에게 주눅들 필요는 절대 없습니다.
자신의 코(후각)와 자신의 혀(미각)를 사랑하세요!
향과 맛은 아주 객관적이며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 마련인 것을 자신이 느꼈다고 해서 모두 동일한 향과 맛을 느껴야 한다는 식으로 강요하는 일부 애호가분들은 감히 어리석다 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모두가 소믈리에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어쩌면 맛있다, 맛없다 정도의 표현으로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허혁구 소믈리에님~ 아픈 기억을 다시 살려드려 죄송합니다. ^^ 언제 한번 다시 뵐 수 있기를…)
※ 일부 내용은 개인의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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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혼자서라도 와인을 홀짝거리고 싶어집니다…언제 한 번 우리 SS도 소주 대신 와인의 세계를…
진정한 폐인은 자작이란 선인들의 말씀이 기억나는군요. 🙂
우리나라는 뭔가 새로운 것이 들어와 자리를 잡는 폼새를 보면 좀 이상한 구석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속되게 말하면 재수없게 자리잡는 경향이 있죠. 와인의 매력에 빠져 조금씩 깊이 알아가는 게 아니라 와인에 대한 공부부터 시작하게 만드는… 도대체 누가 이렇게 만든거지? ㅎㅎ
흔히들 알고 있는 와인에 대한 상식에 대해 전부 그런 거 없다고 이야기하던 어떤 유명한 소믈리에 분이 생각나네요. 이름이 생각안나네요. 유명한 분이었는데…
리포터 : “생선요리는 화이트 와인, 육류는 레드 와인과 어울리죠?”
소믈리에 : “그렇게 많이 알고 계시는데 전 생선과 같이 마실 때도 레드와인 마십니다. 자기 입 맛에 맞게 먹는 거에요”
그리고 음식평론하시는 분들 글보면 발가락이 오므라들던데 위에 캡처화면도 왠지 발가락이 오므라드네요. ㅎㅎ
말씀하신 내용에 많이 공감합니다. 🙂 특히 와인의 경우 거품이 더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짤방 찾아 와 보니 여기=_=; 제가 전에 본 분석에 따르면 저 사람의 표현이 진짜 저 와인의 특성에 맞아 떨어지더군요, 괜히 전문가가 아니란 생각이 든 기억이;;;
ㅋㅋ 짤방 찾아 여기까지 방문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 저 소믈리에분 잘 아는 분인데 저 방송때문에 좀 힘들어 하셨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