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홈페이지의 변화와 기업 블로그의 역할…

 

웹이 발전하고 이메일과 홈페이지가 생기면서 많은 사람들과 기업들은 “e비지니스 시대”가 도래했다며 열광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기업 홈페이지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기업들도 이에 수긍하며 홈페이지를 구축해 왔던 것이 이젠 작은 구멍가게도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바야흐로 기업 홈페이지 필수 시대입니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web2.0, 블로그만의 전매 특허였나?
그런데 과거에 기업 홈페이지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근거 자료들을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기업 블로그의 필요성과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을 혹시 아시나요? 실시간 기업 컨텐츠의 제공,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고객 1대1 서비스…

특히 이 중에서 web 2.0의 독점적인 키워드(?)인 참여, 개방, 공유 정신을 바탕으로 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현재 소셜 미디어의 중심 축이라 이야기 하지만 web2.0 이란 구호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기업 홈페이지가 채용했던 「계층형 게시판」 (게시물이 올라오면 게시물 밑에 댓글에 붙고 다시 해당 댓글에 댓글이 계층구조로 붙는…)이 오히려 더 완벽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가까웠다는 것은 또 아시는지요? (계층형 게시판은 현재도 많은 게시판의 기본 구조입니다.)

굳이 명확하게 따져 본다면 기업 블로그를 포함한 “블로그”는 운영자가 게재한 주제에 맞는 “댓글”로만 한정되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트랙백”이란 도구도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테크니컬한 요소로 인식되며 댓글보다 단계별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글의 게재 권한은 운영자에만 있는 구조인 반면 과거 기업 홈페이지에서 유행했었던 “계층형 게시판”이야 말로 권한을 열어주면 운영자 외에 누구나 자유롭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블로그는 미디어에 가깝고 계층형 게시판은 아고라, 즉 web2.0의 개념이 나오기도 전에 참여, 공유, 개방의 정신을 기반으로 한 자유로운 공공의 커뮤니케이션 광장에 가까운 구조입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은 과거에 진행했던 기업 홈페이지의 계층형 게시판을 통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포기한 채 “1:1상담”, “1:1게시판”이란 미명하에 고객과의 대화를 기업 홈페이지의 백 오피스(Back Office)단으로 숨겨버립니다. 좀더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공개된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위험 요소를 제거하면서 1:1 개인형, 맞춤형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있으며, “듣기”보다 “말하기”가 더 중요한 기업의 생리 구조상 적합하다 보여집니다.

이후 기업들에게 온라인을 통한 계층형 게시판과 같은 형태의 완전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도입은 많은 위험요소와 함께 운영의 어려움으로 인해 기피 대상이 됩니다. 이 와중에 탄생한 블로그의 경우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형태이면서도 “말하기” 좋아하는 기업의 생리와 어울리기에 호감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글쓰기의 주도권이 운영자에게 있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가끔 기업 홈페이지의 무용론, 기업 블로그 대세론 등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만 현재 변화하는 웹 상황에서는 기업 홈페이지가 오히려 진화해서 새로운 역할을 담당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 홈페이지를 물리학이나 화학과 같은 “순수과학(science)”이라 정의한다면 블로그는 “공학(engineering)”이라 정의할 수 있습니다. 순수과학이 탄탄하지 못하면 사상 누각과 같은 것입니다. 실제 여러 사람들과 만나서(블로그 운영으로) 이야기(커뮤니케이션)는 많았는데 왠지 남는 것이 없는 우울한 만남처럼 말이죠.

기업홈페이지는 기업 컨텐츠의 데이터베이스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금의 단순한 브로셔나 카탈로그 형태의 역할이 아닌 현 상황에 맞는 IA(Information Architecture)를 재 설계하고 기업 내 컨텐츠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정리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이를 기업의 메시지를 원활하게 전달할 수 있는 비주얼과 편리하고 직관적인 UI(User Interface)로 구현하여 서비스합니다. 위키피디아 형태의 집단적 참여 시스템도 좋습니다.

종국에 기업 블로그는 혼자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기업 홈페이지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소셜미디어 채널과 연결되어야 합니다. 인터넷 상에서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리곤 구축된 기업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내에서 모든 채널의 검색이 가능하도록 구현합니다. 포털에 종속된 검색에서 벗어나 컨텐츠와 커뮤니케이션이 순환되도록 구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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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기업 홈페이지가 기업 컨텐츠 생산, 확산의 BASECAMP가 되고 기업 블로그는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의 HUB”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관련 포스팅]

소셜 미디어 컨텐츠의 집중과 분산…
상황 인식 2009.06.24…블로그(Blog) vs 트위터(Twitter)
상황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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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thoughts on “기업 홈페이지의 변화와 기업 블로그의 역할…

  1. 기업 구전마케팅에서의 화두는 소통의 매체와 소통의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블로그가 일방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말하기 문화에 맞다라고 지적하신 부분은 아주 적절해보입니다.
    실제로 기업이 열린 커뮤니티를 인정한다는 것은 사외는 물론 사내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기업 구전마케팅에서의 화두는 소통의 매체와 소통의 내용”이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먼길 방문해 주셔서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

  2. 요즘 기업블로그가 화두이다 보니 홈페이지가 뒷전으로 밀린 감이 있네요. 단순히 회사소개와 신문보도 자료만 올려두는.. 컨텐츠의 생산은 되지만 확산이 되지 않다보니 그나마 확산의 가능성이 높은 기업블로그에 기업소식을 올리고, 그게 반복되고 쌓이다보면 도가 지나쳐 블로그 역시 소통이 단절 된 죽은 블로그가 되는 경우를 종종 보면 무섭더라구요^^;;

    • 기업들이 블로그는 변화하는 커뮤니케이션의 툴로 적응해야 하지만 기존의 홈페이지 또한 진보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Maxmedic님께서 예로 드신 죽은 블로그의 문제는 툴의 문제보다 컨텐츠와 운영의 문제라 보여지네요. 아무리 이야기해도 결국 실행(운영)이 제대로 안되면 허사지요.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3. 멋진 정리로군요. 블로그가 대화의 툴로 적절하지만 체계적인 정보 전달에 취약하듯이 홈페이지는 반대로 대화에 취약하니 그 둘이 상생해야하는건 당연해보입니다.

  4. Pingback: 미도리의 온라인 브랜딩

  5. 정말 좋은 말씀! ^^b
    계층형 게시판에 대한 정확한 개념은 말씀을 듣고보니 포럼이나 쓰레드(?) 형식이 먼저 떠오르네요.
    송선생님 말씀대로 기업들은 개인블로그나 개별이벤트등을 활용해서 자신들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기에 바쁘지 자체적으로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적극적인 정보를 제공하는데는 인색한 것 같습니다.
    자신감이 없는 것인지.. 기업이미지에 비중을 너무 두는건지.. 개방형 웹을 좀 무서워하는 듯한 모냥..-ㅅ-;;

    • 쓰레드…오랜만에 듣는 단어입니다. 🙂 기업의 입장에서는 개방형 웹이 두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Risk가 크고 시간과 인력문제도 쉽지 않죠. 광고 등을 활용한 큰소리로 말하기의 역할이 줄어들고 웹에서 “듣고 말하는” 소통의 과정이 효과적이다 판단이 되면서 홈그라운드의 기업 커뮤니케이션 플랫폼까지 구축된다면 좀 자신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6. 회사 홈페이지가 너무 정체되고 유령같아 보여 블로그로 바꾸자고 제안하고 기업홈페이지를 없애버렸습니다. 그냥 내버려 두느니 작은 기업들은 이렇게 운영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게다가 앞으로 시간이 좀 지나면 기업 홈페이지처럼 구성은 하지만 속은 블로그 형태가 적절하다고 생각이 드네요 흠.. 이미 그런 사업을 하고 계신 분도 있더라구요… 조만간 대박날 것 같습니다. ㅋ

    • 사실 기업홈페이지든 블로그든 소비자와 잘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꾸준히 운영되기만 한다면 기업 블로그가 좋다, 기업 홈페이지가 있어야 한다는 식의 논의는 필요 없습니다. 🙂

      문제는 기업들이 블로그가 없이는 현재 변화되는 소셜 네트워크 상 각종 커뮤니케이션 툴들과 링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링크를 고려하지 않고 기업 홈페이지에 계층형 게시판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툴을 탑재하고 운영해도 무관하지만 변화하는 소셜 미디어 환경에 확산과 교류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본문에도 적었지만 기업이 블로그만 운영하다 보면 속빈 강점과 같은 공허함을 느낄 때가 오게 됩니다. 대화는 열심히 했는데 왠지 남는 것이 없는 모임처럼 말이죠. 기업이 기존에 가졌던 컨텐츠와 블로그의 대화를 통해 생산, 혹은 재생산된 컨텐츠들은 다시 모여서 정리, 정돈되어야 하며 이를 기업 홈페이지가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씀드린 내용들은 소규모 업체에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홈페이지와 블로그의 장점을 살린 새로운 툴이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넹 맞습니다. ^^ 대기업들은 이미 많은 분들이 말씀하고 계셔서 저는 내 위치에 맞는 (작은 기업에 맞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ㅎㅎ 작고 빠르게 움직여야 하니까요.

      (참고로 이미 그런 장점을 모은 툴들은 나와 있습니다.)

  7. 블로그 운영에 대한 고민없이 그저 운영자 한명에게 알아서 운영해…라고 던져버리는 무책임한 기업들도 꽤 많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전에 다녔던 한 회사도 그랬고, 곧 없어졌죠… ㅎㅎ

    • 큰 고민없이 남이 하니 따라 하는 식의 형태는 안하느니 못한 경우들이 많습니다. 린스님…고생많으셨어요 🙂 감사합니다.

  8. Pingback: Emotional Glob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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