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通)해야 기업도 산다.”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각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소통’을 통한 해법 찾기에 한창이다. 스스럼 없이 ‘현장의 소리’를 청취하면서 사내 구성원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위기 극복의 시발점이라는 판단에서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선 ‘블로그’를 통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온라인 스킨십 경영을 주도하는 CEO들이 주목 받고 있다. 직원들과 더불어 경영철학을 공유하고 비전을 나누는 데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한국일보, 2009년 07월 23일자, “CEO들 ‘블로그 경영’… 사내 구성원들과 소통 활발” 기사 중 일부
CEO들이 블로그를 개설(아직은 사내 블로그인 경우가 많지만) 하거나 직접 소셜미디어에 참가해 대중들과 대화를 나누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득과 실, 고민, 개선해야 할 점을 따져 봤습니다.
- 우리는 블로그를 소통의 툴이라 많이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좀더 명확히 따져보면 운영하는 주체가 하고 싶은 말과 주장을 전달하는데 좀더 용이한 툴입니다. 그래서 미디어에 가깝다고들 하고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대화, 소통이라고 하는 것은 그냥 말하는 것이 아닌 듣고 말하는 것이기에 먼저 다른 블로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 많은 기업들 내부에는 이미 CEO들의 소통 창구가 많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email로 전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사내 게시판으로도 CEO들이 이야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무조건 커뮤니케이션 접점(POC: Point of Connection)만 자꾸 늘이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그것도 유행과 흐름에 따라 “네가 하면 나도 한다” 식의 따라 하기는 더더욱…
- 블로그를 열어 무조건 말하는 것에 치중하는 것보다 기존 소비자들의 대화, 사내직원들의 대화에 더욱 귀를 기울이기는 것이 진정한 소통일 것입니다. CEO는 대화하려 하지만 그것이 직원들에게는 오히려 두려운 경우들이 있습니다. 제 경험입니다만, 모 대기업 회장님께서는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시는 그룹 사내게시판이 있는데 여기에 자주 글을 등록하시는 것을 좋아하지만 항상 글을 올리시면 직원들이 그 글에 대한 댓글을 건다는 것에 모두 두려워하며 머뭇거리기 일쑤입니다. 그러기에 일정 시간 이후 댓글이 없으면 작위적인 댓글을 등록 하는 팀(?)이 운영되기도 하지요. 계열사 사장님들도 물론 마찬가지 입니다.그럼 간혹 회장님, 사장님은 ‘우리 직원들은 왜 나와 이야기를 하려 하지 않을까?’라며 반문하시기도 합니다. 문제는 “말하고 듣기”보다 “듣고 말하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소비자와 사내 직원들과 전정한 소통을 원하신다면 먼저 그들의 대화가 일어나고 있는, 그들이 이야기 하고 있는 블로그 혹은 게시판의 글을 읽고 그에 대한 CEO분들의 의견을 게재하면서 소통을 시작해 보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도 이 활동들은 매우 중요합니다.
- 작은 말에도 소홀히 하면 안됩니다. vs 하지만 작은 말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무조건 소통하다 보면 CEO블로그는 소통의 장을 넘어 일종에 소원수리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너무 실무적인 부분까지 관여해서 대화하다 보면 조직 내부 직원들의 존재감이 상실되기도 합니다. CEO는 숲을 봐야지요. 실제 김사장님이 아니라 직원들 사이에 “김대리”라는 별명으로 불리 우는 실무형 CEO가 적지 않게 있습니다. 블로그, 소셜미디어의 소비자와 또는 내부 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발견한 문제점들은 조직의 프로세스에 따라 진행해야 할 직원들을 믿고 맡기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명확한 지시를 내려야 한다는 것과 진행사항의 확인과 결과 피드백입니다.
- 위의 이야기에 연장선상에 있는 이야기지만 CEO분들이 블로그를 통해 이야기 하는 컨텐츠는 기업의 비전과 꿈을 제시해야 하고 Big Picture를 그려줘야 합니다. 일반 대중들의 싸이월드식 포스팅처럼 음식점 탐방(?)등의 소소한 CEO의 일상을 담아내는 것도 물론 CEO의 솔직한 면을 부각할 수 있다 생각하지만 그것의 비중이 높아지면 품격이 없어 보일 경우가 있습니다. “품격 없는 친근한 CEO”가 아닌 “품격 있는 친근한 CEO”가 되어야 합니다.
- 모든 타자에게 같은 공을 던지는 투수의 성적을 어떨까요? CEO블로그의 댓글을 통해 소비자, 내부직원들에게 항상 같은 공을 던지는 커뮤니케이션은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 소비자와 직접 CEO가 블로그를 통해 소통하는 자체가 큰 위기 요소일 수 있으며 기업의 위기가 발생했을 때 또한 CEO블로그는 위기의 장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또한 블로그를 통해 CEO는 편하게 이야기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자신이 내부 직원 또는 소비자와 대화하는 컨텐츠 자체가 내부 직원들에게는 업무 지침으로 오인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명령, 전달, 지시 등의 형태로 몇 십 년 동안 무장된 CEO들의 경직된 커뮤니케이션 습관들이 별 생각 없이 블로그의 글로 표현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이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의 트레이닝과 가이드 없이 무조건 직접 소비자와 블로그를 통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화하는 것은 소화기를 산소통으로 오인한 채 잠수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위기를 만들고 확산시키는 것도 커뮤니케이션이지만 위기를 막아내는 것도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말이, 글이 생각을 만든다”라 합니다. 기업 상황에 맞는 CEO 블로그 가이드 라인과 그에 따른 연습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CEO 블로그는 위기 덩어리가 아닌 내부직원,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윤활류 역할을 해야 합니다.
기업 블로그는 소비자와 오디언스와 대화하는, 직원들과 소통하는 CEO상을 표방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지 요즘 기업 평판이 아주 좋지 않은 몇몇 기업도 CEO의 블로그를 오픈 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실제 표방만 하지 말고 실천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겠지요. CPR 혹은 CEO 평판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한 보도자료용 액션으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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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듣기 –> 듣고 말하기.. 참으로 멋진 표현이십니다.
좋은 글들 잘 읽고 있습니다.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Pingback: junycap's me2DAY
안녕하세요 선생님^^ 한경아카데미 정인경입니다. 잘 지내시죠?
이번 칼럼을 읽고 ‘CEO의 소통능력과 브랜드가치는 고객에게는 제품에 대한 신뢰감을, 투자자에게는 비전과 미래 성장성을 가늠케하는 중요한 기준이고, 강력한 CEO 브랜드는 조직 구성원의 단결과 믿음이 필요한 위기상황에서 더욱 추진력을 발휘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에서 ‘뉴미디어를 이용한 기업PR’ 주제로 CEO 브랜드 가치와 기업명성, CEO 블로그 오픈에 대해 기획서를 제출했었는데 부족했던 많은 인사이트 얻고 갑니다^^
요약하자면 CEO들은 항상 말하기만 하는데 “듣고 말하자” 라는 것과 “소셜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의 훈련 없이 블로그의 운영은 위험하다” 입니다. 블로그를 만드는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죠.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