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에게 확인할 수 없는 숫자와 무리한 계량화로 설득하지 말자

 

손님!~ 계속 동일한 말씀을 드려 죄송합니다만, 저희 직원들은 정해진 레시피를 교육 받았으며 그대로 조리를 해서 제공해 드립니다. 특히 음식의 양은 정확히 저울에 올려 측정하여 그람 수를 비교하기 때문에 절대 틀릴 수가 없습니다.

얼마 전부터 사무실 근처에는 아주 자신 만만한 간판을 걸어놓은 음식점 하나가 오픈 하였습니다.
“짬뽕을 잘하는 집 H반점”

대표님과 저는 짬뽕을 좋아하기에 이후 몇 번을 들러 식사를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 목요일에 외부 손님과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앉았다가 탕수육 곱빼기를 시켰던 덕분에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일반 탕수육을 주문해서 먹다 인원이 많아져 금액이 거의 2배에 육박하는 곱빼기를 시키게 되었는데 그간 경험을 기반으로 얼핏 봐도 보통과의 양에 차이가 없어 보여 세미양이 여러 종업원들에게 “양이 잘못된 것 같다” 이야기를 했지만 계속 아니다라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고 사장으로 보이는 분에게 다시 재차 항의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위와 같았습니다.

이후 식사 도중 갑자기 선심 쓰듯 조금의 양을 더 담은 그릇을 테이블 위에 툭 놓고 홀연히 사라지는 종업원의 태도는 둘째 치더라도 이 과정에서 사장인 듯한 분의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을 보고 얻었던 insight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소비자와 기업간 클레임으로 인한 커뮤니케이션에서 측정되고 계량화된 숫자가 들어가면 왠지 신뢰성이 부여되고 주장이 좀더 구체적인 듯 보이는 경우가 많아 자주 활용되곤 합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생각하기에 일반적으로 측정하지 않고 판단하는 사물이나 혹은 측정할 수 없는 영역까지 모두 숫자를 사용해 소비자를 일방적으로 이해시키려 한다면 자신의 주장에 그 숫자 만큼의 무게를 더 할 수 있을지언정 그 숫자 만큼 해당 기업에 대한 감성적 평가는 감소될 것입니다. 이해할 수가 없고 공감할 수가 없기 때문이죠.

또한 일반적으로 계량화해서 수치로 관리하는 분야라 할 지라도 숫자를 100% 확신하며 일방적 커뮤니케이션 한다면 오히려 위기를 자초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모 제약회사에서 “저희가 99.9% 신종 플루를 예방하는 백신을 개발했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커뮤니케이션 하지만 예외 사항인 해당 0.1%가 “폐렴 환자”라면 결국 아무 소용없는 백신인 것처럼 말입니다. 기업에서 공장에 계신 분들이나 연구소에 계신 분들이 자주 이런 오류에 빠지기 쉽습니다. 또한 이런 오류를 설득을 위해 교묘히 역이용 하기도 하지요.

그나저나 해당 기업이 위와 같이 소비자는 알지 못하는 내부에서 정한 규정에 따라 계량화된 숫자를 근거로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 하면 소비자는 그 주장이 틀렸다고 어떻게 입증해야 할까요?

A: 저기에…여기 탕수육 곱빼기가 양이 좀 작은 것 같은데요…혹시 보통 아닌가요? 
B: 고객님! 저희 식당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저희 탕수육 곱빼기는 언제나 500g을 유지합니다.
A: 요즘 탕수육 곱빼기를 저울로 측정해 판매하는 식당이 많아져서 제가 저울을 들고 다닙니다. 제가 측정해 보니 400g 인데요?
B: 이런… 이런 경우가 없었는데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100g을 더 드리겠습니다. 저기 김군!~ 여기 손님 100g 더 준비해 주세요~ 

생각만 해도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 될 것 같습니다.

탕수육 곱빼기는 양이 중요할 지 몰라도 기업과 소비자간 커뮤니케이션은 양보다 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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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thoughts on “소비자에게 확인할 수 없는 숫자와 무리한 계량화로 설득하지 말자

  1. 다른 테이블에서는 탕슉 보통을 동시에 주문 받고
    저울을 통해서 정량을 튀긴 다음 다 된 요리를 두 그릇( 곱배기, 보통 )에
    나눠 담을 때 어림잡아 나눈 것이 아닐까 사료 됩니다.

    그나저나 탕슉 너무 맛있게 생겼네요. 꿀꺽

  2. 송동현님 안녕하세요.
    저는 홍콩반점0410 본사 담당자입니다.
    홍콩반점 관련 글들을 검색해 보다 우연히 송동현님의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내용을 읽어보면 탕수육의 양과 매장 직원의 서비스부분에 대해 실망을 많이 하신것 같으신데
    송동현님의 연락처를 몰라 고민 후 덧글을 남깁니다.

    글에 방문하신 매장이 어느 매장인지 적혀 있지 않고, 올려주신 탕수육의 접시 또한 저희가 사용하고 있는 그릇이 아닌거 같은데 “짬뽕을 잘하는 집 H반점” 이라고 글에 적혀있어 혹시나 저희 브랜드 매장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방문하신 음식점명과 어느 매장을 방문하셨는지 알려주신다면 지적해 주신 부분에 대해서 해당매장 점검을 통해 시정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 방문에 감사드립니다. 본 사진은 해당 음식과 관계 없으며 귀하께서 근무하시는 곳이 맞습니다. 비밀댓글로 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상세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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