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좀 자극적이긴 하지만…
얼마 전 부터 생각해 오던 화두를 두서없이 정리해 봅니다.
요즘은 가끔 10년을 넘어 그 보다 좀더 과거로 돌아가서 곰곰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봅니다. 1990년대 말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모든 기업과 조직들에게 홈페이지라는 채널의 필요성이 강조되었고 이젠 크던 작던 많은 기업과 조직들에게 홈페이지는 필수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홈페이지의 명맥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과거에 홈페이지의 필요성을 역설할 때 상황이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지금 소셜 미디어의 필요성을 기업과 조직에게 설명할 때와 사실 아주 유사합니다.
기업과 조직은 소비자와 대중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고 일방향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말이죠. 과거에도 많은 기업과 조직들은 홈페이지를 개설하면서 소비자, 대중과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해 오픈형 게시판을 운영하였습니다. 몇년 전 한번 이 블로그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오픈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은 소위 웹2.0, 소셜 미디어 시대라고 하는 지금 시대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이후 많은 기업과 조직들은 오픈형 게시판으로 쏟아지는 소비자들과 대중들의 커뮤니케이션 요청에 피로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내 하나 둘씩 이런 게시판들은 사라지거나 1:1 게시판이란 형식으로 프론트단에서 숨겨지게 됩니다. 개인화 서비스(Personalized Service)를 강화했다는 미명아래 말이죠. 이때 제가 몸담고 있던 기업을 포함한 일부 대기업들은 자동화 답변 시스템까지 고민하고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을 만들기도 했었죠. (이 자연어 처리 시스템은 지금 소셜 미디어 모니터링 부분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역사는 되풀이 되는 것일까요? 과거의 이런 역사가 지금 소셜 미디어 채널 운영에 있어 다시 현실적인 고민이 되고 있습니다. 소비자와 대중과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명제가 틀린 것인가요? 아니면 방법이 틀린 것인가요?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과거 홈페이지 개설과 운영을 초기에 주도했던 팀이나 부서들은 대부분 IT팀(혹은 온라인팀)이나 마케팅팀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소셜 미디어의 패권(?)은 왜 PR이 가져간 것(가져 가려고 하는 것)일까요? 다시 명확히 이야기 해서 왜 소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운영”을 왜 PR이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혹은 수동적으로 업무를 부여 받으면서) 많은 PR 담당자들이 주인공이 된 것일까요? PR이 언론 관계 경험을 통한 “관계성”에 노하우가 있어서? 실제 커뮤니케이션의 경험들이 많아서? 스토리 텔링의 전문가라서?…과연 그 관계성과 커뮤니케이션의 전문성이 일반 소비자들, 대중들 대상이었나요? 지금 PR 부서에서 소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분들이 정말 언론관계를 통해 관계성과 커뮤니케이션 전문성을 키운 분들인가요?…
그런데 막상 마케팅과 PR, 광고 영역에서 소셜 미디어의 활용은 극대화 되고 있으나 실제 그 퍼포먼스는 누가 가져가고 있는 것일까요? PR이 정말 소비자와 대중과의 소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으로 퍼포먼스를 가져가고 있는 건가요? 소비자, 대중들과의 관계성을 증대시켜서 PR이 목적하고자 하는 어떤 정점에 다가가고 있는 것일까요? 정작 고생만 엄청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정말 시행착오 중인 것일까요? 소셜 미디어는 무조건 대단히 장기적인 관점에서만 가져가야 하는 것 맞나요? 우리 전문 경영인 분들의 임기가 그때까지 보장되어 있을까요?
……
소셜 미디어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기업 PR의 차별화 포인트였던 시절은 국내도 이제 지나가고 있는 듯 합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면 이젠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필수로 고민이 되어야 하는데 다시 과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많은 기업들은 여러 채널을 통해(홈페이지도 포함) 쏟아지는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을 응대하기 위해 CS조직을 만들기(강화하기) 시작했으며 이때부터 CS시스템과 전략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CS 아웃 소싱 업체들도 이제 많이 생겨났습니다.) PR 전문가들이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고 관계성을 잘 알지만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이제 CS조직이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PR이 커뮤니케이션의 그림을 그린다면 그 그림에 색칠을 하는 것은, 즉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CS조직이 휠씬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마케팅과 광고는 굳이 소셜 미디어 채널을 활용한 ‘커뮤니케이션 실행’에 집착하지는 않습니다. 이것을 하나의 채널로 어떤 성과를 만들어 보려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PR 또한 더 이상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커뮤니케이션 실행에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신봉(?)할 필요는 없다 생각됩니다. 이미 일부 기업과 조직들의 소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실무자들은 스트레스와 업무 과중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 마케팅의 틀 속에서만 인식되다 새로운 채널들의 등장으로 관계와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PR의 영역 또한 넓혀지고 전문화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됩니다. 이때 새로운 “뉴 미디어”라는 단어로 소셜 미디어 채널은 PR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PR영역의 확장을 위해서 혹은 기업과 조직 내부의 정치적 역학구도에서도 선점이 필요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시간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실행”은 시간과 인력의 문제입니다. 각 기업과 조직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가이드 라인이 정립되고 업데이트 되면서 시간과 인력을 커뮤니케이션의 양에 비례해서 보유하고 있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그렇지 않고 완벽한 커뮤니케이션에 욕심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무리수 일 수 있었습니다.
현재의 조직과 인력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해야 한다면 소비자와 대중들이 Passive Listening(수동적 경청)보다는 적극적 경청(Active Listening)을 하지만 어떻게 하면 Active Communication(적극적 커뮤니케이션)보다 Passive Communication(수동적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인가?가 새롭게 고민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반감시키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또한 조직 규모에 따라 채널을 과도하게 분산하는 것 보다 단순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조직적으로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컨텐츠 기획은 사내 사보팀과, 커뮤니케이션 실행은 CS팀과, 소셜 미디어 전략은 마케팅, PR, 광고가 함께 만들어 가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셜 미디어 자체가 전략이 아닙니다. 채널이고 Place입니다.
이제 오프닝 파티는 끝내고 차분히 전략과 시스템을 생각해 봐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어쩌면 편협한, 아직 명확한 대안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 때마침 이런 기사도 오늘 올라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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