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선생 와인라이프 14] 비즈니스 와인 매너…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과의 만남에는 분명한 룰이 존재합니다. 특히 술과 음식을 곁들인 자리에는 우리나라에도 문화에 맞는 주도(酒道)가 있듯이 서구 문화의 한 가닥인 와인에도 그에 맞는 에티켓(etiquette)이 있습니다. 비즈니스 자리에서 와인을 즐길 때 남에게 실례를 범하지 않고 함께하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알아야 할 몇 가지 기본적인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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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좌빵우수! 양식 테이블 세팅이라면 왼쪽 빵이, 오른쪽 물잔과 와인잔이 내 것입니다. 가까이 있다고 왼쪽 물잔 혹은 와인잔을 덥석 잡거나 오른쪽 빵을 그냥 정신없이 맛나게 먹고 있다 보면 조기~ 어딘가에선 사소한 듯 보이지만 예사롭지 않은 소유권 경쟁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 빵이 내꺼야~ 아니야~ 이거 내꺼야!~”

일자형 직사각형 테이블에선 한 분의 실수로 죽죽 밀리다 보면 결국 끝에 착석하신 분이 눈물을 머금고 피해를 보지만 원탁 테이블에선 필히 위에서 이야기한 시추에이션이 벌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2. 냅킨은 반으로 접어 접은 부분이 몸쪽으로 오게 하고, 입술의 기름기 등을 제거 할 때 사용하며 식사를 마치면 대충 접어 왼편에 두면 됩니다. 간혹 냅킨을 목욕탕에서 타올 털듯이 “텅~텅” 터는 분들이 있는데 아주 결례입니다. 또한 냅킨이나 물수건만 보면 손 닦다 마시고 이내 세수를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이 또한 『아주 없어 보인다』 할 수 있겠습니다.

3. 풀 코스에는 나이프와 포크가 각각 세개 정도 놓여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때 바깥쪽부터 차례로 쓰시면 됩니다. 포크나 나이프가 만약 떨어졌을 경우 직접 줍지 말고 종업원에게 사인을 보내어 바꾸어 달라고 요청하면 됩니다. 이 또한 간혹 떨어진 포크 혹은 나이프를 직접 주워서 물컵에 넣어 “타다다닥” 흔들어 씻은 후 냅킨으로 닦아 쓰는 분들이 있는데 Oh~ 제발… 여기에 더해 깜빡하고 그 물을 먹기라도 하는 날엔…

아시다싶이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하다 잠시 식사를 중단할 때는 팔(八)자 형태로 두며 식사가 완료되었다면 가로로 가지런히 두면 됩니다.

4. 와인 테이스팅(Tasting)은 손님들 잔에 와인을 채우기에 앞서 갖습니다. (간혹 tasting과 testing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험 보는 것이 아닌 맛보는 것이지요.) 테이스팅의 경우 소믈리에나 서버가 진행하겠지만 보통 잔의 5분의 1 이내로 채워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5. 테이스팅은 자리를 마련한 호스트(host)가 먼저 하는 것이 일반적인 룰입니다. 때로는 손님 가운데 와인을 잘 아는 사람이 있으면 호스트가 자기를 대신해 시음해주기를 권할 수도 있습니다.  

※단 여성에게 테이스팅을 권하는 것은 실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일전에 설명드렸듯이 Host Tasting은 중세 유럽에서 Host가 독배가 아니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먼저 마셔 보이는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이 절차를 배려한다며 혹은 괜히 레이디 퍼스트라고 여친이나 아내에게 Host Tasting을 폼 나게 양보하시는 것은 “너 먼저 독이 있나 확인해봐” 라는 것과 똑같은 도발적 행위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호스트 테이스팅으로 와인을 확인해본 결과 와인이 산화되었거나 코르크 냄새가 심하게 난다거나 와인이 상했을 경우 교환이 가능하지만 할인점에서 각종 음식을 시식하듯 맛보며 ‘이거 내가 원하는 맛의 와인이 아닌데…’라며 와인을 선택하는 과정이 아니라는 것도 기억해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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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와인을 따를 때는 시계 방향으로 여자들부터 따르고 남자들은 그 다음입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호스트의 잔을 채웁니다. 테이스팅과 잔 채우기의 순서는 정반대인 셈이죠. 잔을 받을 때는 우리네 소주 먹듯이 두 손으로 공손히 들어 받으시는 것 보다 그냥 가만히 계시거나 그것도 좀 뭐하다 싶으시면 잔 받침에 살짝 손을 얹어 주시면 됩니다. 

7. 와인을 들 때 곧장 마시지 말고 조금은 여유를 갖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 와인의 색상을 살펴본 다음, 향을 맡으며 이어서 가볍게 한 모금 마시고, 이 후 제대로 테이스팅 합니다. 눈으로 와인의 빛깔을, 코로 와인의 향을, 혀로 와인의 맛을 즐기는 것이지요. 아주 여유롭게 토킹 어바웃~ 하면서 먹는 술이 와인입니다. 먹고 죽자 모드, 아닙니다.

8. 마시던 와인 잔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더 설명을 추가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9. 잔은 누가 채워도 무방합니다. 동석자가 채워주거나 진정한 폐인들만이 즐긴다는 자작모드로 자신이 직접 마시고 싶은 양으로 채워도 무방합니다. 테이블의 분위기를 밝게 하고 친밀감을 돋우기 위해 옆 사람의 잔을 채워주면서 가볍게 cheering 하는 것도 좋습니다.

10. 건배를 할 때는 와인 잔의 몸통을 살짝 부딪치면 됩니다. 윗부분은 아주 약하므로 자칫 깨질 수 있습니다.

11. 와인이 글라스 벽면에 가득 묻으면서 공기와 골고루 접촉하여 풍부한 향기를 뿜어내게 하기 위해 잔을 돌리는 스월링(Swirling)이라는 동작이 있는데 이는 가볍게 서너 번만 하면 됩니다. 습관적으로 와인 잔을 돌리는 것은 상대방의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불필요한 행동입니다. 가끔 우리네 와인바나 레스토랑을 가보면 많은 분들이 수전증에 걸린 것처럼, 와인 잔 돌리기 대회를 하듯이 현란하게 반복적으로 돌리는 경우들을 많이 봅니다. 정말 와인을 사랑하는 애호가 분들은 특별한 잔기술들이 없습니다. 조금 오버스러운 헐리우드 액션에 감화되어 괜히 따라 하시는 것 보다 즐거운 대화에 더 집중하시는 것이 좋다 사료됩니다.

12. 무엇보다고 중요한 것은 술의 종류에 따른 자신의 주량을 잘 알아야 하며 그 모임에 성격 등을 잘 파악하고 마시는 속도를 조절하는 등 자신에게 맞는 Knowhow를 만들어 낸다면 와인과 함께하는 그 어느 비즈니스 자리에서든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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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내용들이 있겠지만 여기에 한가지 제 주장을 덧붙인다면 지금까지 말씀 드린 내용은 공적인 비즈니스 매너이지 이것이 어디에나 적용되는 정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냥 직장에서 캐주얼하게 와인을 먹으러 갔다가 사장님이 와인을 받으라 주시는데 가만히 앉아서 다소곳이 손을 와인 잔 받침대에 살짝 올리며 도도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요. 어디 이런 네가지(싸가지)없는 직원이 또 어디 있을까요?

또한 가족끼리 와인 먹으러 갔다가…
“엄마! 와인 잔은 이렇게 잡는대도!…아이 참! 먹을 땐 이렇게 후루룩 하고 공기와 같이 흡입하는거야…와인잔은 꼭 잔대(stem)를 잡는거야… 어어~ 그렇게 잡으면 와인 온도가 올라간단 말이야!…와인잔도 이렇게 돌려봐…그럼 향이 더 좋아…어휴~ 쪽팔리게… 그거 아니란 말이야!…”

참…생각만 해도 갑갑하지요? 주도(酒道) 또한 그 나라의 문화입니다.격식이 필요한 자리가 아닌 이상 와인의 본국인 유럽에서도 타이트하게 따지지 않는 룰을 굳이 편안한 사람들과의 자리에서 또한 강요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 참고로 국과수에 의뢰해본 결과, 와인 잔대를 잡지 않고 볼(bowl)을 잡는다고 해서 와인 온도가 급격히 변화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 차라기 와인 잔의 볼(bowl)을 잡고 먹으면 지문 등이 뭍어 설겆이 하기 힘들다는 논리라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만…)

와인은 좋은 사람과의 만남에서 음식의 맛을 더욱 살려주고 즐거운 대화를 이어가게 하는 매개체일 뿐입니다.

※와인마케팅을 하면서 느꼈던 여러 단상들과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 블로그를 통해 가끔 긁적여보고 있습니다. 얼마나 자주 쓸 수 있을지, 습자지같은 지식과 미천한 경험들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장담 못합니다만 와인에 대해 쉽게 이해되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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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thoughts on “[송선생 와인라이프 14] 비즈니스 와인 매너…

    • 사실 여성들이 할 때도 많습니다. 직원들끼리 와인 먹을 때 여성분들이 호스트 테이스팅 하고 싶어 하구요. 여성분이 와인 맛을 더 잘 아시면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 감사합니다.

  1. 송선생님~
    다음 시간에는, 무례하거나 상대방이 알아차리지 못 하는 선에서, 와인 예절 알려주는 방법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나는 아는데 상대방이 몰라서 나의 행동(첨잔을 하거나, 받침대에 손을 올려놓는)이 무례하게 비춰질까봐 걱정됩니다.(별걱정 다하죠???)

  2. Pingback: 와인대사 안경환의 글로벌리더십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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